'무자녀 맞벌이 부부'인 딩크족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위해 딩크족을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고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딩크족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픽사베이
'무자녀 맞벌이 부부'인 딩크족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위해 딩크족을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고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딩크족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좋은 소식 없니?”, “아이는 언제 낳을 예정이니?”, “왜 안 낳니?”

자녀를 두지 않은 부부에게는 명절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가족계획이다. 여기서 ‘좋은 소식’이란 임신을 뜻한다. 하지만 출산 후에도 질문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언제 낳니?”라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이다.

◇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늘어나는 딩크족

‘무자녀 맞벌이 부부’인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이 늘어나고 있다. 초기 딩크족의 정의는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 자녀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커플’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에 더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고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딩크족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건강 등의 문제로 자녀를 두지 않는 ‘비자발적’ 딩크족도 있다.

이외에도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 부부가 아이를 갖지 않는 ‘싱크족’(SINK·Single Income No Kids)), 딩크족이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딩펫족’(DINK+pet)등 각종 신조어가 생기면서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유명인 중에서 ‘딩크족’ 선언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대표적으로는 유명 작사가 김이나가 있다.

김씨는 2006년 음악 프로듀서인 조영철과 결혼했으나 자녀를 두지 않고 있다. 김씨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내가 국가의 숫자를 위해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신혼 초부터 자연스럽게 합의가 됐다”며 “저희 같은 부분은 자식을 가진 기쁨을 체험하지 못하겠지만 ‘아이 없는 부부끼리 사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당당히 밝혔다. 

방송인 김민교도 자신이 먼저 아내에게 딩크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위 사람들은 항상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며 “아이 입장에서 낳으라는 사람들은 못 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 없이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교와 김이나/해당 방송 화면 캡쳐
방송인 김민교 씨(위)와 작사가 김이나 씨가 방송에 출연해 딩크족을 선택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해당 방송 화면 캡쳐

또 방송인 김원희도 딩크족에 해당한다. 그는 지난 2005년 2살 연상의 사진작가와 결혼해 15년째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1남4녀로 자라서 한 번도 독방을 써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가족들과 북적북적하며 지냈다”며 “그러다보니 조급함과 간절함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수로도 2세 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지난 2006년 대학시절에 만난 배우 이경화와 결혼한 그는 배우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자녀를 갖지 않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불임, 가정불화 등의 루머에 시달려야만 했다.

소설가 장강명 씨는 결혼 2년 차에 아내와 상의 끝에 아이 없이 둘만 행복하게 살겠다고 결심했다. 이 다짐을 지키기 위해 정관수술까지 받았다. 그는 자신의 기명 칼럼을 통해 “아직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 통계청이 발표한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신혼부부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여기서 통계에 반영된 신혼부부는 혼인신고를 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부부를 뜻한다. 2017년 기준으로 신혼부부는 총 137만9,766쌍이었다. 2016년에 비해 4% 하락한 수치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신혼부부(결혼 5년 이내)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신혼부부의 35%는 자녀를 두지 않았고, 맞벌이 신혼부부 중에서는 40.15%가 자녀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김상석 기자

◇ 저출산, ‘경제적인 부담 증가’ 큰 원인

2017년 기준으로 초혼 신혼부부 중 자녀를 낳지 않은 부부는 48만1,725쌍으로 전체의 35%에 달한다. 또 같은 해 맞벌이 부부(58만5,957쌍) 중 자녀 없는 부부는 40.15%(23만5,260쌍)를 차지했다. 맞벌이 여부도 자녀의 유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통계청의 전국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 자녀가 없고 배우자가 있는 15~49세 여성들 중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변한 비율이 지난 2015년에는 23%였다. 그러나 2018년 조사에서는 28.9%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를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녀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하자 ‘없어도 무관함’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2015년에는 10.6%였으나, 2018년에는 16.9%로 상승했다. 반면 ‘꼭 있어야 한다’는 비율은 3년 새 60.2%에서 49.9%로 하락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 : 2017~2067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혼인 대비 출산비율은 1.33으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 40세 미만의 기혼 여성이 아이를 평균적으로 1.33명 출산한다는 의미다. 2009년 1.53이던 이 비율은 2012년 이후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에는 1.26(가장 가능성이 높은 중위 추계 기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우선 한국 여성의 초혼 연령이 2000년 26.5세에서 매년 상승해 지난해 30.4세로 높아졌다. 이에 평균 출산연령도 같은 기간 29세에서 32.8세로 올랐다. 초혼과 출산 연령이 올라간다는 것은 첫 아이 출산이 늦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노산 등 건강상의 이유로 둘째·셋째 아이를 낳은 기회가 적어진다는 점에서 저출산 흐름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 자녀를 키우면서 육아·교육 비용이 늘어나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맞벌이 부부들은 안정적 직업·지워를 갖거나 내 집 마련을 할 때까지 출산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 조사 결과 자녀가 없는 기혼 여성(15~49세) 중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변한 비율이 지난 2015년에는 23%였으나 2018년 조사에서는 28.9%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를 선택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통계청 조사 결과 자녀가 없는 기혼 여성(15~49세) 중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변한 비율이 지난 2015년에는 23%였으나 2018년 조사에서는 28.9%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를 선택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지난해 20~30대 미혼 성인남녀 8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딩크족 계획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3.9%가 “그럴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응답자는 딩크족 증가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96.8%)고 답했다.

이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8.8%·복수응답) ▲임신, 출산에 따른 직장경력 단절 우려(34.5%) ▲육아에 자신이 없어서(32.7%) ▲배우자와 시간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26.8%)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17.9%)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다음소프트의 최재원 이사는 “임신·출산에 대한 부정감성과 함께 언급되는 키워드로는 △1위 ‘삶’ △2위 ‘비용’ △3위 ‘경력단절’ △4위 ‘채용’ △5위 ‘독박육아’ 순으로 나타났다”며 “1위 ‘삶’이라는 키워드는 현재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임신·출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녀를 가지는 것이 필수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이 된 시대인 것이다.

다만 2~5위 키워드에 대해 “경제적인 부담 증가가 저출산의 큰 원인으로 나타났는데 막대한 육아비용과 사교육비 등이 출산 기피현상을 낳고 있다”며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저출산 문제 및 노후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해당 키워드는 블로그 5억2,000만여건, 트위터 122억여건을 분석한 결과다.

국가 입장에서는 저출산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아이를 못 낳는 것이 아니라 안 낳는 딩크족이 늘어나는 것도 엄연한 사회현상이다. 정부도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정책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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