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7 14:32
[황교안 단식 손익] 리더십 강화 vs 당 운신 한계
[황교안 단식 손익] 리더십 강화 vs 당 운신 한계
  • 정계성 기자
  • 승인 2019.11.29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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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에서 풍찬노숙하며 단식을 시작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청와대 앞에서 풍찬노숙하며 단식을 시작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9일 단식농성을 접기로 했다. 건강악화를 염려한 가족들과 의료진들의 중단 강권, 자유한국당의 만류에 따라서다. 지난 20일 지소미아 연장, 선거법과 고위공직자수사처법(공수처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지 9일째다. 황교안 대표는 27일 밤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 미음을 조금씩 섭취하며 회복 중에 있다.

황 대표가 “향후 전개될 공수처법,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저지와 3대 친문농단 진상규명에 총력 투쟁을 해 나가겠다”며 동조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정미경 최고위원과 신보라 최고위원에게도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함께 투쟁하자”고 당부했다는 게 전희경 대변인의 전언이다.

◇ ‘문재인 대항마’ 이미지 안착

8일 간의 단식투쟁으로 황 대표가 얻은 것은 적지 않다. 야당 대표로서 선거법과 공수처 저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황 대표의 단식기간이 비교적 짧다는 점을 들어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늘하나 없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의 단식과 풍찬노숙 병행은 건장한 젊은이라도 체력소모를 감당하기 힘든 행동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황 대표 개인의 리더십 위기도 한 고비를 넘겼다. 단식 시작 전 황 대표는 박찬주 전 대장 영입논란과 설익은 보수통합론 띄우기로 역풍을 맞았었다. 아울러 초재선과 중진 사이에서 공천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고, 친박과 비박의 해묵은 계파갈등도 고개를 들었다. 황 대표의 단식투쟁을 두고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분석이 나왔던 이유다.

결과적으로 당내 공천을 둘러싼 갈등과 박 전 대장 영입논란 등은 ‘단식’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으며, 선거법과 공수처 저지로 여론을 집중시키는데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당의 한 재선의원은 이와 관련해 “당대표가 단식투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천 같은 개인적 이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웠던 분위기였다”고 했다.

단식 8일쨰인 27일 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황교안 대표. /뉴시스
단식 8일쨰인 27일 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황교안 대표.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대항마’로서 입지를 굳힌 성과도 있었다. 지소미아를 제외하면 황 대표의 요구사항 대부분은 국회에서 처리해야할 일이었으나, 현역의원이 아닌 만큼 관여에 한계는 분명했다. 이를 청와대 앞 단식을 통해 문 대통령과의 담판 구도로 전환했고, 수많은 여야 정치인이 황 대표의 텐트를 방문하면서 더욱 힘을 받았다. 실제 당내 주요 정치인뿐만 아니라 여야 4당 대표와 이낙연 총리까지 황 대표의 텐트를 찾았었다.

◇ ‘승부수 정치’ 이후 전략 부재

문제는 단식 종료 이후의 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선거법 등을 정기국회에서 저지시키더라도 민주당이 임시국회 소집을 통해 계속 처리를 시도할 경우 막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기약 없이 길어질 경우 개별 의원들의 불만도 분출될 수 있다. 지난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강행했던 민주당도 같은 이유로 끝내 법안을 처리해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삭발과 단식 등 승부수 남발로 더 이상 정부여당을 압박할 카드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잠시 잦아들었을 뿐, 언제든지 다시 분출될 수 있는 문제다. 오히려 황 대표의 단식으로 인해 인사쇄신과 보수통합 논의가 뒤로 밀려나면서 시기만 더 늦춰졌다는 비판론도 적지 않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단식을 했지만 이슈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황 대표 개인은 정치적 이익을 챙겼을지 모르지만 보수진영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고 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개혁에는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진통제만 맞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