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신화’ 조성진의 퇴장… 삼성과 ‘TV 전쟁’ 향방 주목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새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권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새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권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한국의 가전을 세계 정상급으로 올려놓은 ‘가전신화’ 조성진 부회장이 LG전자 CEO(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났다. ‘전략가’ 권봉석 사장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CEO 교체는 LG그룹 전체의 인적쇄신과 맞물린 ‘세대교체’의 대표적 상징이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권봉석 HE사업본부장(TV 등) 겸 MC사업본부장(휴대폰)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고졸 출신으로, 입사 40년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가전신화’로 불리던 조성진 부회장이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생활가전 전문가였던 조 부회장이 떠난 자리는 LG전자의 또 다른 핵심사업의 축인 TV 전문가 권봉석 사장이 차지했다. 권 사장은 2007년 모니터사업부장을 맡으면서 LG의 TV·모니터 사업 전문가로 자리잡았다.

2015년 HE사업본부장으로 취임한 권 사장은 LG전자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슈퍼 울트라HD TV 등을 앞세워 차별화에 성공, TV사업의 체질과 수익구조를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권 사장이 집중한 올레드 TV 는 컨슈머리포트, 리뷰드닷컴 등 세계 유수의 평가기관들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전자 대표이사로 권 사장이 내정된 것은 어려운 사업을 맡을 때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권 사장이 HE사업본부장으로 취임한 첫해인 2015년 상반기에 HE사업본부가 영업적자를 낸 적이 있다. 

이에 그는 이익이 나지 않는 제품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제품은 개발하지 않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당시 그가 선택한 제품은 올레드 TV였다. LG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한때 차세대 TV라고 불린 ‘커브드 TV’는 현재 시장에 보이지 않는데, 이 또한 권 사장은 예상한 바였다.

그가 MC사업본부장을 맡은 올해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생산시설과 인력을 재배치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 결과 MC사업본부는 5G 서비스의 본격적인 개시에 맞춰 멀티태스킹에 최적화한 LG 듀얼스크린을 선보이며 고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또 권 사장은 그룹 내에서도 치밀한 전략 수립과 시장 분석을 통한 ‘공격적’ 경영스타일로도 유명하다. 권 사장이 TV 제품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업계에서는 LG전자의 TV 사업 전략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국내를 넘어 글로벌 라이벌인 삼성전자와의 ‘TV 전쟁’의 판세가 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LG전자가 올 들어 삼성전자와 법적분쟁도 불사하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권 사장의 CEO 선임은 시사점이 크다. 

게다가 권 사장은 HE사업본부장 시절에도 삼성전자 TV보다 LG전자 TV가 품질이 높다면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지난 3월 2019년형 올레드 TV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QLED는 LCD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올레드와는 구조적으로 차원이 다르다”고 저격한 바 있다.

평소에도 경쟁사 제품을 언급하는 것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기술력과 전략 마케팅 등에 자신감을 보인 권 사장이 LG전자의 사령탑이 되면서, 업계에서는 앞으로 LG전자가 경쟁사에 대한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번 이사회를 통해 은퇴한 조성진 부회장은 이사회가 끝난 후 LG트윈타워 집무실에서 권 사장을 만나 축하인사를 건넸다. 조 부회장은 “은퇴조차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더 튼튼하고 안정된 회사, 미래가 좀 더 담보된 회사로 만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LG전자 사령탑에 오른 후 지난 3년간 LG전자를 이끌어왔다. 그는 2016년 말 LG전자 CEO에 선임되며 LG브랜드를 글로벌 1위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LG전자는 생활가전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세계 최대 가전 업체인 미국 월풀을 앞서며 또 하나의 신화를 더했다. 또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 46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수익 기반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프리미엄 가전' 개발이 필요하다 생각으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LG 시그니처’ 등을 론칭시켜 해외에서의 인지도도 높였다.

하지만 MC사업본부와 VS사업본부(자동차 부품)에서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생활가전과 같은 신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나 LG전자 관계자는 “미래 준비를 위해 도전하는 문화를 강조하고, 실패하더라도 그 가치를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조직문화 구축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1976년 고졸 학력으로 LG전자 전신 금성사에 입사해 36년간 세탁기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세탁기 사업에 몰두했다. 2012년 말 사장으로 승진하며 생활가전 사업 전반을 맡았다.

그가 H&A사업본부장이던 시절 H&A사업본부는 얼음정수기 냉장고, 휘센듀얼에어컨, 디오스오케스트라, 스타일러, 트윈워시 등 혁신 가전제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조 부회장의 이같은 노력 덕분에 ‘신(新)가전’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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