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공장 건설, 생산 공정 대부분 국산화
세계 최초 타이틀·독점시장 양분 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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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격적인 R&D 지원으로 백신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은 SK바이오사이언스 엘하우스. / SK케미칼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SK케미칼에서 지난해 7월 분사한 백신 전문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연구개발(R&D)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면서 다양한 백신 개발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난해 백신 매출은 1,500억원에 달한다. 국내 백신명가로 불리는 GC녹십자가 매년 백신으로 약 3,000억원대 매출을 거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신약파이프라인이 더 다양해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두고 국내 백신명가 ‘GC녹십자’를 뛰어넘을 ‘차세대 백신명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백신사업 인프라 구축과 R&D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R&D에 역량을 집중해 GC녹십자를 추격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2,000억원을 투입해 경북 안동에 백신공장 엘하우스(L HOUSE)를 건설했다. 이로써 독자적인 독감 백신 생산 설비를 구축해 전체 생산 공정 대부분을 국산화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엘하우스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백신 주권’ 확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기술’을 지난해 2월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 파스퇴르에 수출하기도 했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해당 기술을 ‘범용 독감백신’에 적용하기 위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범용 독감백신은 바이러스 사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염기서열을 표적으로 해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까지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독감백신이다.

이 계약의 규모는 1억5,500만 달러(약 1,680억원)로 국내 기업의 백신 생산기술 수출로는 사상 최대다.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만 1,500만 달러(약 163억원)다.

사노피 파스퇴르와 인연은 지난해가 두 번째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사노피 파스퇴르는 2014년 차세대 폐렴구균백신 ‘13가 플러스 알파’의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사노피 그룹 백신 사업부로 11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기업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독감백신을 제조·공급한다. 사노피 파스퇴르와의 백신 생산기술 이전 및 공동개발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력을 검증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다양한 파이프라인 구축, 희소성 눈길… 해외시장까지 공략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세계 최초 개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 △국내 두 번째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 등 자체 개발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파이프라인은 ‘희소성’이라는 특이점이 돋보인다.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대상포진백신 등 현재 개발에 성공한 의약품은 세계 최초 개발품이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2~3개뿐인 프리미엄 백신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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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 SK케미칼

스카이셀플루는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기술을 활용해 제조한 백신으로 3가와 4가 2종을 생산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셀플루를 2015년 국내 최초 3가 백신으로 출시했으며, 이듬해엔 4가 백신인 스카이셀플루4가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두 종류의 독감백신은 출시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내 누적 판매량 2,000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량)를 돌파했다.

특히 스카이셀플루는 지난 4월 세포배양 독감백신으로 세계 최초로 WHO PQ(Pre-qualification, 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획득했다. PQ 인증을 획득한 백신은 유니세프, 파호(PAHO, 범미보건기구) 등 UN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국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와 함께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보건당국의 시판 허가를 획득해 지난 9월 본격적인 수출에 나섰다. 수출된 초도 물량은 약 25만 도즈로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몽골 등 자체 개발 독감백신을 보유하지 못한 아시아권 국가들이 1차 공급 대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수출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WHO(세계보건기구) 국제 입찰도 참여하는 등 스카이셀플루의 해외 진출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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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 SK케미칼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도 국내외 시장 공략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스카이조스터는 자체 기술로 개발해 지난 2017년 12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출시한 대상포진 예방백신이다. 이로써 약 10여년 동안 MSD ‘조스타박스’가 독점하던 대상포진 예방백신 시장을 양분하게 됐다.

스카이조스터는 출시 후 지난해 약 300억원 매출을 올렸고, 올해까지 누적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다. 또 올 상반기 국내 판매량 기준 약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스카이조스터를 동남아시아 국가 등 이머징 마켓으로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국내 두 번째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는 국내외 19개 임상기관에서 만 12개월 이상부터 12세 미만 소아를 대상으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하는 다국가 임상3상을 진행해 그 유효성을 확인했다. 특히 WHO PQ 인증을 받은 외국계 수두백신을 임상 대조군으로 활용했다. 임상 결과 대조군 대비 접종 후 약 2배 높은 항체가를 확인했다. 또 대조군 대비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선보였다.

이 외에 2016년 프리미엄백신으로 평가받는 폐렴구균백신 ‘스카이뉴모프리필드시린지(이하 스카이뉴모)’의 시판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받기도 했으나 특허 장벽에 가로막혀 출시가 불발됐다. 스카이뉴모는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프리베나13(13가 폐렴구균백신)’의 조성물 특허가 종료되는 2026년까지 시판할 수 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노피 파스퇴르와 차세대 폐렴구균백신 ‘13가 플러스 알파’ 공동개발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해당 백신은 지난해 12월 글로벌 임상 1상에 돌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 헬스케어’에 따르면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2016년 기준 미국, 일본 등 5개 주요 유럽연합(EU) 가입국에서만 약 5조2,000억원의 규모에 이른다.

또한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연구 개발 지원 하에 국제백신연구소와 장티푸스 백신을 개발하고 있고, 글로벌 기구인 PATH(국제보건적정기술기구)와의 신규 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궁경부암 백신도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등 다양한 백신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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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가 임상 진행 중인 백신 현황. / SK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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