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9 22:03
[발사르탄 사태] 제약사, 건보공단 상대 선제적 소송 나선 진짜 이유
[발사르탄 사태] 제약사, 건보공단 상대 선제적 소송 나선 진짜 이유
  • 제갈민 기자
  • 승인 2019.12.02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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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 제약사 선제 소송 “구상금 납부 책임 없다” 강경대응 나서
라니티딘·니자티딘 등 논란과 유사, 선례 남기지 않기 위한 차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혈압 약 발사르탄 사태와 관련한 건강보험 추가 지출 손실금에 대한 책임을 국내 제약사들에게 묻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약업계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의 발사르탄 사태 구상금 청구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제약사들이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발사르탄에서 불순물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제약업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고혈압 치료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발암추정 물질이 검출돼 건보공단이 구상금(약제 교체에 소요된 진찰료·조제료)을 청구한 69개 제약사 가운데 36개 제약사가 선제 소송에 나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36개 제약사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달 27일 건보공단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건보공단이 청구한 발사르탄 손해배상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내용의 소송을 선제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건보공단은 지난 10월 발사르탄 제제 생산·공급 제약사 69곳에 총 20억3,000만원 규모의 구상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발사르탄 내 발암추정 물질 ‘N-니트로소다이메틸아민(NDMA)’ 검출 후 환자들의 기존 처방 중 잔여 약제를 교환해주면서 투입된 금액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보건복지부의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에 일부 제약사들은 구상금 청구는 부당하다고 판단해 건보공단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건보공단은 구상금 납부를 독촉하기 시작했고, 끝내 납부하지 않을 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30여개 제약사들은 공동으로 법무법인을 선임했고, 건보공단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대응하는 것으로 방안을 검토했다.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갑’의 위치인 국가기관을 상대로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고심 끝에 36개 제약사들은 건보공단에 선제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강경대응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제약사들은 건보공단이 청구한 발사르탄 구상금 손해배상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발사르탄 제제 제조과정에 결함과 위법행위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기준에 맞는 원료를 사용하고 제조공정에도 문제가 없는 가운데 빚어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발사르탄에서 검출된 NDMA는 애초에 규격기준이 없는 물질로 알려졌다.

제약업계의 주장은 제조물책임법 제4조 면책사유를 바탕으로 한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 공급 당시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 △해당 제조물 공급 당시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했음에도 제조물 결함이 발생했다는 사실 등이 입증되면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다.

또 제약사들은 건보공단이 청구한 손해배상 구상금은 배상책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건보공단은 발사르탄 제제 회수 후 약제를 교체하기 위해 이뤄진 진찰과 조제에 대한 비용을 구상금으로 청구했는데, 제약사들은 제조물책임법상 해당 비용에 대해선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보공단은 발사르탄 손해배상 근거로 제조물책임법 제3조를 제시했다. 해당 법률 조항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사 관계자는 “공동소송에 참여한 제약사들 가운데는 구상금 액수가 억대에 달하는 제약사부터 1,000만원 전후로 금액이 낮은 제약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소송은 단순히 발사르탄 제제 불순물 검출에 대한 추가 비용 발생의 구상금 청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 이와 유사한 사건과 관련해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현재 위장약 라니티딘과 니자티딘도 불순물이 검출돼 회수 조치를 하는 등 비슷한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소송의 결과에 따라 해당 논란도 종식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발사르탄 사태 발발 후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를 검출하는 시험법을 도출했고, 기준치를 새롭게 마련했다. 식약처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가 권고하는 가이드라인(ICH M7)과 국내외 자료 및 전문가 자문 등을 검토해 발사르탄 원료의 NDMA의 기준을 0.3ppm 이하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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