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청와대 본관에서 포착된 조국 민정수석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모습. /뉴시스
지난해 11월 청와대 본관에서 포착된 조국 민정수석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에서 활동했던 검찰 수사관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수사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청와대의 압박과 검찰수사 사이에서 극단적 선택에 내몰렸던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 전 특감반원 극단적 선택

청와대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2일 취재진과 만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두 분의 특감반원이 직제상 없는 일이라든지 혹은 비서관의 별동대라든지 하는 등의 억측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창성동 특감반원들은 울산시장 첩보문건 수사 진행과는 일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어떤 이유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민정비서관실 산하 특감반원은 총 5명이었으며 3명은 대통령 친인척, 나머지 2명은 대통령과 특수관계인에 대한 감찰을 맡았다. 고인은 다른 한 명과 함께 특수관계인 감찰이 주업무였다. 이는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른 배치로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고인이 과거 울산지방경찰청을 찾은 것 역시 업무의 일환이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고인은 고래고기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 사이 판단이 엇갈리자 ‘행정부 내 엇박자 실태조사’ 차원에서 울산을 방문했는데, 이것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로 와전됐다는 것이다. 고 대변인은 “민정비서관실은 민정수석실의 선임 비서관실”이라며 “업무의 성질이나 법규, 보안규정상 금지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정비서관실 소관 업무에 대한 조력이 가능하다”고 했다.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최근 검찰에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청와대 제공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최근 검찰에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청와대 제공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던 청와대 첩보문건의 출처 및 생산경위 등이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 첩보를 이첩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으나, 특감반에서 생산한 첩보이거나 정치적 목적의 제보였다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첩 과정과 경찰의 수사상황 보고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다.

◇ 박형철의 진술은 레임덕 전조현상? 

무엇보다 해당 사건 자체의 ‘중대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만약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의 선거개입’이라는 정치적 사건으로 발전할 수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2일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혀둔 상태다. 검찰은 조만간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관련 내용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 당시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과 비견하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첩보문건이 언론사로 넘어가면서 논란이 된 것. 당시는 ‘국기문란’ 사건으로 일단락됐지만, 시일이 지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발전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었다.

일각에서는 민정수석실 업무의 특성과 조직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도 본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감찰이 임무인데, 취지는 리스크 관리에 가깝다. 반면 공직기강비서관실(현 반부패비서관실 업무)은 감찰과 처벌을 통한 일벌백계”라며 “업무성격으로 인해 신경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정권 초기에는 힘으로 누를 수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곪았던 상처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과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의 관계를 설명한 말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한 박지원 의원은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모든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검찰에 가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하면 중요한 레임덕 현상”이라며 “국정원 댓글 사건도 사실상 대통령의 선거개입으로 증폭됐다. 이렇게 볼 때 쉽게 간과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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