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원인, 中 공장· 韓 서해 발전소… 애꿎은 서민에 책임전가
사대문 안 차량 통행량 줄이기 위해 ‘공해차량’ 지정·운행제한

/뉴시스
서울시가 지난 1일부터 ‘녹색교통지역’에 진입하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대해 단속을 시행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교통정보센터 내 녹색교통지역 운행제한 상황실을 방문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서울시가 지난 1일부터 사대문 안 ‘녹색교통지역’에 진입하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대해 단속을 시작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조치가 시작된 지난 1일, 단속된 차량은 416대다. 단속 차량 1대당 과태료는 25만원이다. 이를 과태료로 환산할 시 1억400만원에 달한다. 과태료 산정 기준은 ‘지속가능 교통물류 발전법 시행령’ 제48조 과태료 부과기준에 따른다. 이마저도 차량 운행 제한을 위반한 경우 부과하는 과태료 50만원을 서울시장 재량에 따라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사대문 안 녹색교통지역 운행제한은 ‘지속가능 교통물류 발전법’ 제30조에 따라 서울시가 자동차 통행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교통혼잡 정도를 고려해 구역을 지정하고 단속하는 것이다.

이에 일부 운전자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과태료 기준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이다.

양모(28) 씨는 “일반 도로에서 과속을 하더라도 과태료가 10만원을 넘기 힘든데, 배출가스 5등급에 해당된다 해서 과태료 25만원은 너무하다”며 “노후 차량을 운행하는 이들은 대부분이 영세자영업자인데 이러한 서울시의 정책은 서민 등골을 빼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대문 안 녹색교통지역 진입 배출가스 5등급 차량 단속 과태료는 신호위반 과태료·범칙금의 2배 이상에 달하는 금액이다. 과속의 경우 승용차 기준 제한속도 보다 시속 60km를 초과할 경우 과태료는 13만원, 범칙금의 경우 12만원과 벌점 60점에 해당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 보다 시속 60km를 초과하더라도 과태료 16만원 또는 범칙금 15만원과 벌점 120점이 부과된다. 신호위반의 경우 승용차는 과태료가 7만원이다.

또한 해당 정책 시행이 서울시 미세먼지 저감에 큰 영향이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누리꾼들은 “미세먼지 주범인 중국에는 아무 말도 못 하면서 애꿎은 서민 쌈짓돈만 뺏는 정책”이라며 “사대문 내 운행 차량을 줄인다 해서 대기질이 개선될지 의문”이라고 말하며 서울시 정책에 유감을 표했다.

2006년에 생산한 경유(디젤) 차량을 운행하는 한 누리꾼은 “최근 차량 검사를 받았을 때 매연은 기준치 이하였으며 육안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환경부 기준 5등급에 해당하는 차량이라 사대문 내 진입이 불가능해 불편한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의 배출가스 5등급 차량 단속 정책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는 “노후 디젤 자동차가 대기환경에 문제를 끼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차량은 운행 거리 또는 관리하기에 따라서 미세먼지를 포함한 매연 배출 정도가 크게 차이난다”며 “생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차량이라 할지라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운행을 할 경우 관리를 잘한 10년 이상 된 디젤 차량보다 매연을 더 뿜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의 이번 정책은 객관성과 정확성, 신뢰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며 “의미는 이해하지만 서울시 미세먼지 주원인으로 꼽히는 중국 공장과 한반도 서해안 발전소를 두고 정책을 이렇게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탁상행정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나라들의 차량 검사 시스템을 참고해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불만에 서울시는 법적인 절차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대문 안 교통흐름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단속 차량 기준은 환경부 고시에 따라 차량 배출가스 등급이 정해져 있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차량 등급을 임의로 정할 수 없다”며 “사대문 안 녹색교통지역 운행제한 단속은 해당 구역의 통행량을 줄여 교통혼잡 완화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시행된 제도이며 그 일환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태료는 관련 법상에 50만원으로 명시가 돼 있고 지자체장이 가감할 수 있는 범위가 절반이라 최대한 인하한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불만이 많은 것을 서울시도 인지하고 있어서 국토교통부 측으로 수차례 과태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난감하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녹색교통지역을 지정하고, 해당 지역 관리 방안과 관련된 특별종합대책을 지난해에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특별종합대책에는 특정 지역의 차량 통행량을 관리하는 방안으로 공해차량 운행제한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 7월, 사대문 내 16.7㎢의 ‘녹색교통지역’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기로 한 내용을 공표했다. 이어 지난달까지 계도 기간을 거쳐 단속을 유예했으며, 12월 1일부터 운행 적발 시 과태료 25만원 부과를 시행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