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경제평론가
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경제평론가

경제학자 맬서스는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인구의 증가는 기하급수적인데 비해 생활에 필요한 물자는 산술급수적으로만 증가하므로, 미래에는 과잉인구로 인한 빈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였다. 영화 ‘어벤져스’에서 악당 타노스는 “입은 많고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우주 인구의 절반이 멸망해야 한다”고 말했다. 좀 극단적일 수 있지만 맥락은 비슷해 보인다.

경제학자와 영화의 악당이 말한 것과는 다르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15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마저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저출산을 고민하고 있는 지경이다. 과거의 사람 맬서스의 주장과 미래에서 온 영화 속 악당이 말한 것과 다르게 완전히 상반된 세상을 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보다 더 심각하게 나라의 존폐를 생각할 정도로 인구감소를 걱정하게 되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9년 9월 인구동향’ 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출생아수는 7만3,793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6,687명(8.3%) 줄었고,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3분기 기준 최소 기록이다. 그리고 전체 합계 출산율도 작년 0.98명에 이어 2년 연속 1명 미만이 확실시 되고 있다. 가임기 여성으로 분류된 15세에서 49세 여성이 생애 출산하는 아이가 1명 미만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는 출생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치로 유엔이 추계한 출산율에서도 최저치 수준이다. 그리고 저출산의 속도와 고착화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공고해졌다. 

출산율 추락의 이유는 너무나 다양하다. 인구 자체가 줄고 있고, 혼인율, 주택보유율, 경제성장률, 청년 경제력, 취업률, 출산여성의 재취업율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이유가 존재하지만 결국 한마디로 ‘나조차 먹고 살기 힘든데, 아이까지 낳아서 키우기 힘들다’로 압축된다. 

일례로 건강보험료 분위별 분만 비중을 살펴보면 저소득층의 분만은 점점 내려가고, 고소득층의 분만은 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세종시의 출산율은 유일하게 늘고 있으며, 1.57명으로 전국 1위이자 서율의 두 배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높은 도시는 출산율이 낮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속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출산율 감소속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안정적인 일자리와 거주공간의 확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육아환경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경제구조와 사회구조 등의 대폭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정부는 약 10여년간 매년 10조 이상씩 저출산과 관련한 예산을 투입했다. 주로 어린이집 등 보육 관련 예산이 주를 이루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 위원회’를 신설하고 아동수당, 신혼부부 주택, 육아휴직 지원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단기적인 성과는 조금씩 있었지만 저출산의 흐름을 거스르기엔 여전히 정책의 강도와 사회적인 여건변화, 물리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은 출산율이 높은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1980년대부터 조금씩 대비하고 실천했던 것을, 우리가 10년 만에 이루기는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조금씩 대비 했지만, 결과는 제자리걸음도 아니고 점점 나쁜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경제 안정의 밑바탕에는 공급과 수요의 균형점이 잘 유지됨을 기본으로 한다. 공급과잉 해소를 목적으로 전쟁까지 불사하는 냉혹한 현실 세계에서, 내수의 밑바탕과 성장의 마중물을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다시 말해 수요와 공급을 함께 만들어가는 (예비)경제활동 인구의 바닥은 우리나라 펀더멘탈의 가장 큰 악재이다. 

특정 기업이 악재에 대한 인식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고, 대비를 조금씩 했음에도 기업의 가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악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대다수의 기업은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원점에서 더욱 파격적으로 경영의 변화를 꾀할 것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1990년대 초 중반, 회사의 혁신과 생존을 위해 ‘아내와 자녀 빼고 전부 다 바꾸라’고 전 직원에 강조했던 것은 유명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야말로 그보다 더 파격적인 변화와 시도가 요구되는 때이다. 

‘이렇게 까지?’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의 환골탈태와 파격이 지금의 늪을 조금씩 빠져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어쩌면 이제 저출산 극복의 한계를 넘어, 인구감소현상은 어쩔 수 없는 상수로 여기고 미래를 대비할 판을 새로 짜야 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 미래를 준비하는 현명한 방법인지는 미래에서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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