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747 생산 공장, 설비 경매 처분 등 제조시설 2곳 폐쇄 예정
점보여객기, 여객 모집 힘들어… 수익 대비 적자 발생 가능성↑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가 보유한 에어버스 A380(왼쪽)과 보잉 747(오른쪽). /루프트한자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가 보유한 에어버스 A380(사진 좌)과 보잉 747(우). /루프트한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가 지난 2월 초대형항공기 A380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경쟁사인 보잉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미국 현지 매체 블룸버그 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하늘의 여왕’이라 불리는 보잉747(이하 B747) 동체를 생산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공장이 제조 설비를 경매로 처분하는 등 생산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트라이엄프(Triumph)라고 하는 보잉의 파트너사로 현지시각 지난달 20일 오후부터 온라인으로 항공기 제조 장비를 경매로 처분하면서 공장을 개간하기 시작했다. 트라이엄프는 캘리포니아 호손과 토런스에 위치한 2개의 제조 시설을 폐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첫 경매를 통해 처분 중인 장비로는 지게차와 오버 헤드 크레인, CNC 머시닝 센터 및 MRO 재료 등 총 200여개 이상 품목이 포함됐다.

/ 홈페이지 캡쳐
트라이엄프의 보잉 747 동체 제조에 사용되는 탱크를 경매로 처분하고 있다. 가격은 10만 달러다. / RAAR group usa 홈페이지 캡쳐

이는 올해 B747-8 수주가 단 1대도 없었던 것과 초대형항공기 수요 감소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B747 동체 제조 공장 시설 일부 폐쇄에 대해 보잉 측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no decision has-been made)”고 설명했다. 현재 보잉의 B747-8 수주잔고는 지난 8월 기준 총 2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여객용과 화물용을 모두 합친 수량이다. B747-8 수주잔고 20대를 모두 제작해 고객사에 인도를 완료하기 전까지는 확답이 힘들다는 게 보잉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보잉코리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수주잔고가 모두 생산이 될 때까지 시간이 아직 남은 만큼 단종의 여부는 알 수 없다”며 “보잉에서 단종 관련 공식발표를 하지 않는 이상 B747-8 기재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사가 있다면 수주를 받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B747-8 기재 수주잔고 20대를 모두 제작 완료하기까지는 약 3~4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보잉이 B747-8 기재 생산을 2개월에 1대씩 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에 기인한 것이다.

초대형항공기의 단종설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B747은 1970년에 첫 비행을 시작하고 약 반세기 동안 하늘을 주름잡았다. 이후 보잉의 경쟁사인 에어버스도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기인 A380을 개발했으며, 지난 2007년 10월 싱가포르항공이 첫 비행을 시작했다. 이후 △에어프랑스 △아랍에미레이트항공 △루프트한자 △대한항공 등 세계 주요 항공사에서 도입해 운항했다.

/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홈페이지 자료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이 운용 중인 항공기 목록. 양사 모두 보유 항공기 중 가장 큰 기체는 B777이며, 델타항공은 에어버스의 A350 기재도 보유하고 있다. /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홈페이지 자료

그러나 지나치게 큰 규모 때문에 항공사 입장에선 여객기 관리와 승객 확보 등이 상대적으로 힘들다. A380과 B747 모두 최대 정원이 500명이 넘는 초대형항공기라 보통 항공기의 2배 이상에 달하는 승객을 모집해야 적자를 면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할 시 적자 발생 가능성이 높아 항공사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2001년 78대였던 A380 주문량은 2014년 13대, 2015년 2대로 줄어든 데 이어, 2016년엔 1대의 주문량도 없으면서 단종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보잉 777 및 에어버스 A350과 같은 보다 효율적인 트윈 엔진 항공기가 개발돼 적은 비용으로 장거리 노선을 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초대형항공기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A380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소화해주던 에미레이트항공마저 주문을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애초 A380을 162대를 구매할 계획이었던 에미레이트항공은 올해들어 총 구매 대수를 123대로 줄였다.

이에 에어버스는 2019년 2월 14일, 현재 수주잔고만을 제작해 고객사에 인도한 후 2021년부터 A380기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B747-8도 주문량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올해 단 1대의 주문량이 없는 등 A380과 비슷한 수순을 밟아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도 B747과 A380 등 초대형여객기를 운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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