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최대 75억 달러 EU산 수입품에 대해 징벌적 관세 부과
에어버스·미 항공사, 탐탁지 않은 입장…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

/ 에어버스
에어버스와 보잉 간 무역전쟁이 유럽연합과 미국의 관세보복 구도로 바뀌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에어버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세계 무역기구(WTO)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유럽 비행기 제조사 에어버스 보조금 분쟁에서 지난 10월 미국 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어 WTO는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EU가 에어버스 보조금의 역효과를 제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미국은 에어버스 항공기를 포함해 위스키, 와인, 치즈 등 EU 상품에 대해 관세 인상을 검토하면서 EU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다수의 외신은 과거 유럽 정부가 에어버스 측에 시장금리 이하 대출 형태의 지원(불법 보조금)을 한 결과로 A380 및 A350 기종에 계속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라이트라이저(Robert Lighthizer) 미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에어버스에 대한 유럽의 보조금 지급이 미국 항공우주 산업에 계속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이러한 시장 왜곡 보조금을 제거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WTO는 앞서 EU가 더 이상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명을 했으나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 보조금 책임을 물으며, 일종의 징벌적 관세를 허용했다.

미국과 EU의 항공기 보조금 갈등은 15년 전 발발했다. 지난 2004년 미국은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유럽 4개국이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해 피해를 입고 있다고 WTO에 제소했다.

WTO는 지난 10월 이 보조금의 성격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미국이 연간 75억 달러(약 8조9,500억원) 규모의 EU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100%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WTO는 회원국 정부가 교역 규정을 위반할 경우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워싱턴은 항공기의 관세 범위를 10%, 산업 및 농산물은 25%로 제한했으나, 지난 2일 USTR은 관세 범위가 이를 넘어 설 것이라고 밝혔다. EU가 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WTO의 이러한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결정에 에어버스는 승복하면서도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WTO 결정 직후 기욤 파우리(Guillaume Faury) 에어버스 CEO는 “수입 관세는 자유 무역에 대한 장벽이 될 것이며 항공산업의 비용을 증가시켜 미국을 포함한 광범위한 경제를 해칠 것”이라며 “에어버스는 미국과 유럽 연합이 항공 산업뿐만 아니라 무역 관계와 세계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 협상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항공사들도 불만을 표시했다. 델타항공 측은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대한 부당한 세금”이라고 주장했다. 보잉 비행기를 운항하지 않는 제트블루 항공은 “항공기 관세가 가져올 해로운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며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우리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EU 역시 미국이 보잉에 대해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WTO에 제소한 상태다. WTO는 내년 초 EU가 주장하는 미국의 보잉 불법 보조금 문제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EU는 보잉 사건에서 승소할 경우에 대비해 200억 달러(23조8,600억원) 규모의 관세 부과 대상 품목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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