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이경아 기자  자유한국당이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4일 최종 결정했다. 일부 의원들의 공개적인 반발이 있었지만 전날 의결된 최고위원회 결정이 의원총회에서 그대로 관철된 셈이다. 단식투쟁을 통해 리더십을 회복한 황교안 대표의 친정체제가 더욱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당초 이날 개최될 의원총회 안건은 ‘원내대표 재신임 여부’였다. 나 원내대표는 3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의 공지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까지 자신의 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원내대표 임기연장 불허’를 결정하면서, 당이 혼란에 빠졌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간 갈등설이 확산됐던 배경이다. 

의총에서는 황 대표의 ‘독단적 결정’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김태흠 의원은 “현 원내대표가 연임을 하든,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을 하든 그 권한은 의원총회에 있다”며 “어제 최고위에서 의결한 내용은 참으로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고 했다. 의총에 앞서 홍일표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위가 나서 임기연장을 불허한다는 것은 권한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된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한 정진석 의원은 천막 밖의 취재진이 들으란 듯이 큰 소리로 “20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 본다”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비판도 받으면 안 되느냐” “너무한다” 등의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도 이날 당 공식회의에 불참하면서 우회적으로 불만의 의사표시를 했다. 그러나 결국 최고위 결정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일단락 됐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오직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발전, 당의 승리를 위해 내련 결정”이라며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의총 이후 나 원내대표를 찾아 위로의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황 대표의 의중대로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지면서, 친정체제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당내 반발도 크지 않다. 앞서 황 대표는 임명직 당직자 자진사퇴를 재가하고 사무총장과 여의도연구원장 등 주요 보직을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 본격적인 친정체제의 신호탄을 쏜 바 있다.  

그러나 황 대표의 행보를 두고 ‘사당화’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용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황교안 대표가 단식으로 얻은 것은 당 혁신이 아니라 당 사유화였다”며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도 유분수지 이건 국민과 당에 대한 배신행위다. 김영우 의원이 살신성인 불출마를 선언한 날, 한국당은 사당화의 길로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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