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후임 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들썩이고 있다. /기업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기업은행이 후임 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 주요 관료 출신 인사들이 차기 행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면서 벌써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어서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낙하산 저지 투쟁에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임기는 27일 만료된다. 연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은행장의 연임 사례가 드문 데다 김 행장 역시 재선임 도전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팎에서도 쇄신 차원에서 새로운 인물이 중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차기 행장 후보로는 다양한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 인물로는 주요 관료 출신들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과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고승범 한국은행 금통위원,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내부 출신으론 시석중 IBK자산운용사장과 임상현 기업은행 전무이사,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 등이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업계에선 내부보다 관료 출신 인사들을 유력한 후보로 점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은행 내부에선 벌써부터 반발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낙하산 인사 반대 운동에 나섰다. 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에 행장 선임과 관련한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전달한 데 이어, 29일 금융노조와 함께 ‘부적격인사 행장 선임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지금 새 기업은행장으로 거론되는 유력한 후보 모두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라며 “관치금융을 우려한 금융노조와 기업은행 노조가 각각 성명을 통해 기업은행장의 ‘낙하산 인사 반대’를 천명했음에도 밀어붙여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후보군 모두 출신을 넘어 자질 면에서도 부적격 인사”라고 꼬집었다. 

지난 2일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금융노조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찾아 기업은행장에 대한 노조의 입장을 전달했다. 노조는 차기 행장의 부적격 요인으로 △함량 미달 낙하산 △권력 지향형 인사 △IBK 공공성 파괴자 △밀실·라인 인사 △꼰대 리더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올바른 행장’의 요건으론 △올바른 경영 △합리적 보상 △풍족한 복지 △공정한 인사 △활발한 소통 등을 제시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지원을 위해 1961년 설립된 국책은행이다. 설립 이래 줄곧 관료 출신들이 행장으로 선임돼왔지만, 2010년 조준희 전 은행장을 시작으로 그 관행이 깨지기 시작했다. 이후 권선주 전 행장에 이어 김도진 은행장까지 세 번 연속 내부 출신이 행장에 올랐다. 이에 기업은행 내부에선 이같은 관행을 이어가야 한다는 갈망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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