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경아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보수정당 첫 여성 원내대표로서 1년 간의 파란만장한 시기를 보내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당내에선 어려운 시기에 원내사령탑을 맡아 ‘투쟁의 야당’ 면모를 보여준 점을 큰 성과로 꼽는다. 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놓고 협상력 부족을 드러내 씁쓸한 퇴장을 했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투쟁적인 야당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는 ‘조국 전 장관 TF 설치’ ‘패스트트랙 강행저지’ 사례에서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모펀드(PEF)불법투자·자녀입시비리·웅동학원 비리 의혹 등이 터지자 나 원내대표는 재빠르게 TF팀을 구성하고,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후 35일 만에 조 전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성과를 냈다.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과정에서는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란 별칭도 얻었다. 여야 4당이 ‘지역구 225석·비례75석 50% 준연동형제’를 합의하자, 나 원내대표는 ‘지역구 270석·비례대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대안으로 맞불을 놨다. 결과적으로 패스트트랙을 저지하는데는 실패했지만, 보수지지층을 결집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일단 어려운 시기에 원내사령탑을 맡아서 밤잠 못자면서도 야당다운 야당, ‘웰빙당’에서 ‘야성의 야당’ ‘투쟁의 야당’으로서 역할을 잘 보여줬다”며 “나 원내대표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장기적 전략부재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 실패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당시 한국당과 여야 4당은 물리적인 육탄전을 벌였고, 20대 국회 후반기는 ‘최악의 국회’ ‘동물 국회’라는 오명과 함께 한국당 현역의원 60여명이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 및 고발당한 상태다.

무엇보다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법안 전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민식이법 등 안전법안들은 필리버스터로 지정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민생법안을 볼모로 선거법 저지에 나섰다는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연임 가능성이 점쳐졌다가, 당 지도부가 급격히 원내대표 교체로 돌아선 이유와 무관치 않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의 협상력 발휘가 부족했다”고 했고,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정치일정이나 정국상황에서 연임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황교안 대표와의 의사소통과 교감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정치력을 보였지만,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씁쓸한 퇴장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야 5당에서 협상을 통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패스트트랙 사태를 너무 키웠다”면서 “여당과의 협상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정치적 리더십 부족이 아쉽다”며 협상력 부재를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이자 전국적 인지도를 지닌 한국당 내 여성 최다선(4선) ‘스타 정치인’이다. 지난해 12월 11일 삼수 끝에 당내 의원 103명 중 중 68표를 얻어 원내대표로 선출된 바 있다. 한국당의 첫 여성 원내대표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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