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중대한 시험'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의 '중대한 시험'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적대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 국방과학원이 '중대한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진기술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는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합의 이후 미국을 대상으로 한 가장 높은 수준의 도발이다.

실제 그간 북한은 미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면서도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도발 수위를 조절해왔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나 초대형 방사포 발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유엔 결의안 위반”이라며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으나, 미국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싱가포르 합의내용에 없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 ICBM 추진체 시험한 듯

하지만 북한이 ICBM 관련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국이 다급해진 분위기다.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내세웠던 북미협상 최대 성과 중 하나다. 폐기될 경우, 차기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영향이 예상된다. ‘중대한 시험’은 북한이 폐쇄했다고 밝힌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에서 이뤄졌는데, 미국은 사전에 이를 감지했는지 컴뱃 조인트 등 정찰자산을 한반도 상공에 집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이 ‘레드라인’을 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양 정상은 북한의 ‘중대한 시험’ 직전인 지난 7일 전화통화를 갖고 “대화 모멘텀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으며,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적대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의 말을 적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지 않을 경우, 북한이 ICBM이나 핵실험에 준하는 강도 높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위주의와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북한 사회에서 이른바 ‘최고 존엄’이 공개적으로 한 말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서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협상시한을 연말까지 설정했으며, 지켜지지 않을 경우 ‘새로운 노선’을 가겠다고 밝혀둔 상태다.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대대적인 군마행군 보도와 관련해, 북미협상이 어려워질 것을 예상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TV캡쳐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대대적인 군마행군 보도와 관련해, 북미협상이 어려워질 것을 예상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TV캡쳐

◇ 트럼프 결단 없으면 궤도이탈 불가피

일각에서는 이미 북한이 ‘새로운 노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현실적으로 연말까지 미국과의 협상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통한 미국과의 ‘군축회담’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중대한 시험’이 단순 엄포성 행동은 아닐 가능성에 주목한다.

9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중대한 시험 보고는) 미사일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이후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이제 비핵화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놨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핵보유는 기정사실로 하고, 군축회담은 할 수 있지만 핵을 없애는 회담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에 셈법을 12월 말까지 바꾸라고 했지만, 크리스마스 때까지 바꿀 것 같지 않다는 계산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 마땅한 중재안이나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방안을 협의했지만,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던 게 그 방증이다. 문 대통령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쇄를 시작으로 영변핵시설 영구폐기,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철도 연결 등 중재안들을 제시해왔지만 미국 측이 반대하면서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계산법’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궤도이탈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북한과 미국의 협상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중재자가 아니라 방관자가 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그간 일괄타결과 선 비핵화를 내세운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는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