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는 모습.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는 모습.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트위터 캡처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 고위층 인사들이 잇따라 담화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 비난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에 대한 반박과 동시에 협상시한이 ‘연말’임을 강조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9일 오후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개인명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조선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느니 하면서 은근히 위협을 가하려는 듯한 발언과 표현들을 타사없이 쏟아냈다”며 “이럴 때 보면 참을성을 잃은 늙은이라는 것이 확연히 알리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트럼프의 이상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해 고려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걱정 또한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망령든 늙다리’라는 말은 2017년 북미 간 강경대치 국면 당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쏟아냈던 막말 중 하나다.

특히 김 위원장은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미국이 더 이상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는다고 해도 굽힘 없는 우리의 자존과 우리의 힘,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만은 빼앗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에 이어 같은 날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도 담화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 비난에 가세했다. 리 부위원장은 “최근 트럼프의 발언과 표현들은 얼핏 누구에 대한 위협처럼 들리지만 심리적으로 그가 겁을 먹었다는 뚜렷한 방증”이라며 “더 큰 재앙적 후과를 보기 싫거든 숙고하는 것이 좋다”고 협상을 촉구했다.

표현은 거칠었지만 북한 나름대로는 ‘수위조절’에 들어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핵심 취지가 협상을 촉구하는 내용이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우회적’이라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 양 정상 간 관계는 유지하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실제 리수용 부위원장은 담화 말미에 “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판단과 결심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에 있다. 또한 누구처럼 상대방을 향해 야유적이며 자극적인 표현도 쓰지 않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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