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변화와 혁신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출 된 후 당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하태경 변화와 혁신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출 된 후 당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개혁적 중도보수'를 기치로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세력 '변화와 혁신'(가칭)의 가슴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변화와 혁신이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사실상 '선긋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하태경 변화와 혁신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서 안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일단 저희가 개문발차(開門發車)할 수밖에 없지만, 안 전 대표는 합류할 것으로 본다"며 "12월 중에는 입장을 정리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하 창준위원장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변혁) 의원들을 통해 들었다"고 했으나, 변화와 혁신에 참여하고 있는 안철수계 의원은 권은희 의원뿐이다.

권 의원을 제외한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6명(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은 '변화와 혁신'이 아닌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에 참여하고 있다. 변혁은 지난 9월 30일 유승민계·안철수계 비당권파 15명이 모여 발족했다.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6명은 권 의원과 달리 구심점인 안 전 대표의 메시지가 있을 때까지 창당 조직인 변화와 혁신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하 창준위원장의 발언 이후 안 전 대표가 변화와 혁신에 합류한다는 관측이 보도되자, 안 전 대표 측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에 나선 것이다.

안 전 대표의 최측근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안 전 대표가 변화와 혁신 신당에 12월 합류 예정이라는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안 전 대표는 현재 해외 현지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변혁 신당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적도 없고, 그럴 여건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같은 안 전 대표의 '선긋기'는 앞서 변혁 대표를 맡았던 유승민 전 대표의 러브콜 직후 안 전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미국행을 전한 일화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유 전 대표는 지난 10월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일에 계신 안 전 대표도 (변혁에) 동참해주길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제가 직접 (안 전 대표와) 연락하고 의사를 묻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 만인 6일 안 전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10월 1일부터 독일을 떠나 미국 스탠포드 법대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하자, 유 전 대표는 머쓱한 상황이 됐다.

안 전 대표가 2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변화와 혁신 측과 사실상 거리를 두는 분위기지만, 이들은 안 전 대표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 전 비서실장의 입장문과 관련해 하 창준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희망사항을 말한 건데 반박할 거리가 있느냐"면서도 "안 전 대표가 올해 안에 현명한 결정을 할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변혁 대표 및 변화와 혁신 2040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신환 원내대표도 이날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 안 전 대표에 대해 "같이 (변화와 혁신에)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어느 시점이 되면 정치적 결단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변화와 혁신이 안 전 대표의 합류를 희망하거나 시사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내놓자 바른미래당은 "안 전 대표를 상표 등록해야 할 지경"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내훈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변혁은 안철수를 담을 그릇이 되지 못한다"며 "더 이상 안 전 대표를 거론하지 말 것을 바란다. 그것이 한솥밥 먹었던 당원 동지에 대한 예의"라고 지적했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변혁은 안 전 대표가 합류해야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김 전 비서실장이 입장문을 냈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안 전 대표를 끊어버릴 수도 없으니 언론 공표를 해서라도 끝까지 설득 작업을 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창당을 앞둔 변화와 혁신이 안 전 대표를 계속 거론하며 몸값을 높이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관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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