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시절 황교안 대표의 과거와 머리를 자르고 수염을 기른 최근의 모습. /뉴시스
국무총리 시절 황교안 대표의 과거와 머리를 자르고 수염을 기른 최근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외모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투쟁 과정에서의 삭발과 최근 단식투쟁을 거치면서다. 과거의 황교안 대표 이미지가 점잖은 신사였다면, 현재의 짧은 머리와 수염은 마치 ‘혁명가’ ‘투쟁가’의 모습을 떠올린다는 평가다.

얼굴뿐만 아니라 의상에도 변화를 줬다. 검정색과 흰색 등 무채색 위주의 정장을 착용했던 황 대표는 최근 주황색 등 유채색 옷을 가미하기 시작했다. 교과서 같이 딱딱하고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변신을 꾀하려는 시도다. 황 대표 스스로도 이를 인식했는지, 지난 6일 서울대 강연에서 “단식하면서 수염을 안 깎았는데, 깎는 게 좋나, 안 깎는 게 좋나”라고 학생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야당의 정치 지도자로서 젊은 층에 어필함과 동시에 지지층을 향해서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그간 황 대표의 이미지는 강인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시절에는 철저한 로우키로 수비적인 모습이 많았고, 여기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사실이 덧붙여지면서 점잖은 ‘교회 장로님’ 이미지가 형성됐었다.

◇ 빈약한 ‘정치 스토리’ 보강 필요

무엇보다 황 대표는 정치 지도자로서 국민들을 열광시킬만한 스토리가 빈약한 편이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열심히 공부해 공직자로 성공한 ‘바른생활 사나이’가 전부다. 오히려 공안검사 30년 생활은 ‘권위주의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크다. 민주화 투사 김영삼 전 대통령, 월급쟁이 신화 이명박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상속자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보수진영 지도자들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이는 대여투쟁 과정에서 한계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빈약한 정치 스토리에 신사적인 모습만 가지고는 보수결집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황 대표가 갑작스럽게 삭발식을 거행하고, 뜬금없이 단식투쟁을 강행한 것도 당 안팎의 이 같은 우려를 일축하고 강단 있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황 대표의 새로운 시도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과도할 경우 자칫 보여주기식 이미지 정치로 비춰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허은아 (주)예라고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시도를 하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황 대표의 가지고 있던 권위주의적이고 고집스러운 이미지를 깨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허 대표는 “PI(퍼스널 아이덴티티)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덴티티다. 정통보수 우파의 정체성은 절제, 정제, 바른생활인데 굳이 황 대표가 (보수가 일치하는) 아이덴티티까지 깨려할 필요는 없다”며 “M(메시지), S(스케쥴), A(아젠다), V(비주얼)가 맞아떨어져야 반향이 일어나는데, 계속 단식투쟁 때와 같은 모습을 고집한다면 국민들에게는 쇼잉으로 비춰질 수 있다. 지금은 바르고 정제된 모습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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