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18년에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4%(700만)에 도달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오는 2026년에는 20%(1,000만명), 즉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앞으로 7년도 남지 않아 노인의료와 복지가 하나로 연계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 아니 절실하다. 근래 낯설지 않게 우리에게 다가온 요양병원은 고령화시대 노인 의료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미래라는 큰 꿈이라도 있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죽음’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만 더 짙어질 뿐이라는 말도 있다. ‘건강한 장수’가 화두가 된 이 시대에 노인 환자 가족들에게 간병비는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루 3만원만 해도 한달이면 90만원이나 하는 비용이 비급여로 모두 국민 개개인이 알아서 내야하기 때문이다. 성북구 장위동에 소재한 온누리병원 이필순 이사장은 “고령화시대 노인 아니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간병비는 급여항목이 되어야 한다”며 “처음에는 힘드니 6(개인부담)대 4(의료보험)도 좋으니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직전회장(현 명예회장), 대한병원협회 대외협력부위원장, 대한의료법인연합회 부회장, 대한중소병원협회 감사 등 의료계의 굵직굵직한 이름을 가진 이필순 이사장은 의사가 아닌 건축사다. 한양공대에서 석사까지 마친 그는 1999년에 설계사무소를 개소했다. IMF가 터지자 그는 역발상으로 ‘위기를 우수인재를 구하는 기회’로 삼았다. 용인수지 현대성우아파트, 수원 영통 현대아파트, 서울중앙병원, 아산병원 등을 설계한 그는 설계만 하지 않고 감리는 물론 시공도 병행했다.

2003년 한전변전소 설계 시공 등을 유치하여 지상에 주상복합시설(지금의 온누리병원)의 건축주가 되면서 인생이 바꿨다. 요양병원을 만들기로 각오를 정한 후로 그는 그동안 했던 아파트, 오피스텔의 설계와 시공을 중단하고 병원에 올인했다. 실버사업은 우리나라보다 한참 빨리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일본이 선진적일 수밖에 없다. 수많은 일본의 유수 요양병원을 벤치마킹하여 동선의 효율성과 공간의 쾌적성을 감안하여 지금의 병원을 만들었다. 까닭에 지금도 우수직원을 선발하여 노인에 대한 선진 의료와 환자 위주의 병원 시스템을 가진 일본에 해외연수를 직접 안내하고 있다.

온누리병원 이필순 이사장 / 하도겸 제공
온누리병원 이필순 이사장 / 하도겸 제공

이필순 원장은 얻는 만큼 병원 주변 지역인 성북구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병원 수익금의 3%인 약 4,000만원에 가까운 기부금을 매년 지역사회에 환원하며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서울지역 요양병원 최초 ‘착한 병원’에 지정된 이 병원은 취약계층에 무료인술을 베풀고 있다. 이 원장은 이 모든 게 직원들 덕택이라며 늘 같은 액수만큼 직원들에게도 환원하고 있다. 5년 근속자에게 보너스를 주는 것은 물론 10년 근속자에는 금 1냥짜리 메달까지 준다. 요양병원로서는 파격적으로 직원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며 여기에 캄보디아 해외의료봉사까지 함께 하며 ‘환자에게 신뢰받는 인간중심의 노인, 재활병원’이라는 비전과 ‘정직과 신뢰, 행복한 일터 조성’ 등의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은 참기 어렵다는 이 원장은 직원들에 대한 근속상 등 복지에서 의사, 간호사, 약사 뿐만 아니라 물리치료사, 치료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조리사, 미화원 등을 차별없이 시상하고 있다. 출근길이 행복한, 일하기 좋은 직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이 원장은 노사문화의 밝은 미래를 열고 있다. 까닭에 온누리병원은 이직율이 낮은 곳으로 더 유명하게 된 듯하다. 동일업종에서는 40〜50%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이직율이 높으며, 특히 간호사가 턱없이 부족한 인력난 속에서도 온누리병원은 이직율이 5%이하에 그치고 있다.

2005년 12월 개원한 이래 병상수 236개 직원 126명으로 늘어난 온누리 병원은 서울특별시장 표창,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했으며 작년에는 2년연속 심사평가원 적정성평가 1등급에 지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에 멈추지 않고, 멀지 않은 기간 내에 별내 신도시에 일본보다 나은 커뮤니티 케어, 요양원, 요양병원이 함께 하는 시니어복합센터를 짓고 싶다는 이필순 원장의 꿈이 얼른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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