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렌터카 감차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뉴시스
제주도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렌터카 감차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렌터카 감차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당초 계획한 시점이 한참 지나도록 감차 성과는 없이 소송전만 남은 모습이다.

◇ 렌터카 줄이기 나선 제주도, 지지부진한 사연

‘렌터카의 천국’ 제주도가 렌터카 감차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초. 렌터카가 제주도 교통난의 주범으로 꼽혀온 가운데, 서귀포를 지역구로 하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렌터카 감차가 본격화됐다. 해당 법안의 핵심 내용은 제주도가 자동차 운행제한 권한을 갖도록 하는 ‘자동차 운행제한 권한 이양’과 도내 총 렌터카 수를 못박아두는 ‘렌터카 총량제’였다.

제주도의 2017년 12월말 기준 렌터카 수는 3만2,000여대에 달했다. 2011년 1만5,000여대였던 것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제주도가 관광명소로 급부상하면서 렌터카 또한 폭발적으로 늘었다.

제주도는 제주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적정 렌터카 수를 2만5,000대로 책정하고, 7,000대를 감차하기로 결정했다. 오래된 렌터카를 폐차하고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한편, 각 업체별 자율감차를 유도해 올 상반기까지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삐걱거렸다. 감차 추진에 반발한 제주도 렌터카 업계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각종 꼼수를 동원하며 맞섰다. 특히 감차 할당량이 많은 대형업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별다른 보상도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감차 추진을 무조건 따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감차 추진을 앞두고는 무더기 증차 신청이 쏟아지는가 하면, 규모별로 달라지는 감차 할당량을 악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반면, 제주도의 감차 추진 계획에 따라 감차계획서를 제출한 업체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제주도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5월, 제주도는 렌터카 업계의 감차 비율 조정 건의를 받아들이는 한편, 자율감차 미이행 업체에 대해 운행제한 및 과태료 부과 등 강경조치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자 렌터카 감차에 부정적이었던 대형업체들은 ‘차량 운행제한 공고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며 맞섰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제주지법이 대형 렌터카 업체들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제주도는 항고했지만, 제주지법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대형 렌터카 업체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 감차 추진은 해당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게 됐다.

제주도 렌터카 업계의 소송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 내부에서도 소송전이 불붙은 상황이다. 조합은 지난 7월 자율감차 목표치를 50% 이상 달성하지 않은 업체를 제명한 바 있다. 그러자 제명된 업체들 중 일부가 조합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제주도의 렌터카 감차 추진은 당초 설정한 목표 시점이 훌쩍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한 채 소송전만 남기게 됐다. 아울러 이미 자율감차에 응한 중·소형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 상황이 더욱 꼬인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 또한 엇갈린다. 대형 렌터카 업체들이 공익을 외면한 채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과 제주도의 감차 추진이 다소 무리했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렌터카를 둘러싼 제주도 내 갈등은 해를 넘겨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관건은 소송의 결과인데, 어떤 결과가 내려지든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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