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차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 다음 날인 지난 8일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의 모습. 엔진 시험과정에서 발생한 배기 가스 때문에 자국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제프리 루이스 국제학연구소 소장 트위터 캡쳐
북한이 1차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 다음 날인 지난 8일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의 모습. 엔진 시험과정에서 발생한 배기 가스 때문에 자국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제프리 루이스 국제학연구소 소장 트위터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이 지난 13일 오후 10시 41분부터 약 7분간 서해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에서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14일 밝혔다. 지난번 북한 국방과학원이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 뒤 6일 만의 일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앞서와 마찬가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시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최근 연이어 이룩하고 있는 국방과학 연구성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데 적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담화문을 내고 “새로운 기술들을 미국의 핵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군대는 최고영도자의 그 어떤 결심도 행동으로 철저히 관철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북한의 ‘중대한 시험’은 ICBM 엔진 및 추진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이동식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 있다. 이례적으로 북한은 이번 시험에 대해 ‘7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2단 로켓엔진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2단 로켓은 1단에 비해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연말 협상 안 되도 ‘새로운 결정’ 어려워

대외적으로는 미국으로 하여금 협상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연말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ICBM 시험발사 등 높은 수위의 무력도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북한이 사실상 연말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두 번째 시험에 성공하고 이로써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확보하게 됐고 앞으로 새로운 고강도 전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면 북한의 대미압박에 굴복한 것처럼 되기 때문에 미국도 셈법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며 “전에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에는 국면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을 했었는데 제가 틀렸다”고 말했다.

다만 박정천 참모장의 담화 중 “미국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은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대목에 주목해 북한이 군사도발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미국을 비롯한 몇 나라, 트럼프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 정도가 북한을 상대로 해서 거친 말을 쏟아내지 않으면 ICBM 같은 것을 안 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며 “북한으로서도 지금 크리스마스 전후에 당 채널로 소집을 해놓고 그야말로 막가는 결정을 하기는 참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략무기를 양산하고 필요하면 시험발사를 할 수 있다는 결정을 (12월 말 예정된)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해 놓고, 그 전제하에서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신년사에서 강하게 예고하면서 아마 한 두 달 정도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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