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안으로 식별 불가... 겨울철 교통사고 주 원인
블랙 아이스 예측 시스템 개발됐으나 상용화는 아직
도로 열선 설치 및 염화칼슘 살포 등 필수적

지난 14일 새벽 발생한 상주-영천 고속도로 연쇄 추돌사고 현장./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14일 새벽 상주-영천 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7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상주 방면에서 18대, 영천 방면에서 26대 등 차량 44대가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경찰 측에 따르면 이번사고의 원인은 새벽에 내린 비로 인해 노면에 발생한 빙판 ‘블랙 아이스(Black Ice)’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국내 도로의 블랙 아이스 취약 구간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나선 상태다.

◇ 도로 위의 저승사자 ‘블랙 아이스’... 운전자 육안 식별 불가

이번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된 블랙 아이스의 생성 원인은 무엇일까. 블랙 아이스는 기온이 갑작스럽게 내려갈 경우 도로 위에 녹았던 눈이 다시 얼어붙으며 생성된다. 이때 발생한 블랙 아이스는 얇고 투명해 도로에서 발생할 경우 검은색의 아스팔트가 그대로 비친다. 이 때문에 ‘검은 얼음’이라는 뜻의 ‘블랙 아이스’라고 불리는 것이다. 

블랙 아이스는 주로 겨울철 밑이 비어있는 교량, 다리, 그늘진 도로, 터널 출입구 등에서 발생한다. 기온이 충분히 낮다면 눈이 오지 않은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습도가 높고 그늘진 곳은 노면에 맺힌 이슬이 추운 날씨에 냉각되면서 블랙 아이스가 생성된다.

운전자는 주행 중 육안으로 블랙 아이스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블랙 아이스는 ‘도로 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블랙 아이스에 의한 사고는 이번 상주-영천 고속도로 추돌사고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10월 3일 일어난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는 12명이 사망하고 49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4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달 15일에는 광주-원주고속도로 동양평 나들목에서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차량 20여대가 미끄러졌고 연쇄 추돌이 이어져 3명이 부상을 입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이번에 발생한 상주-영천 고속도로 추돌사고의 원인은 도로 위에 발생한 얇은 빙판인 '블랙 아이스'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

◇ 블랙 아이스 예측 시스템 개발, 상용화는 ‘아직’

이처럼 겨울철 도로 위의 운전자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블랙 아이스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16일 노면온도의 변화 패턴을 예측하는 기술인 ‘노면온도변화 패턴 예측 시스템’의 기초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노면온도변화 패턴 예측 모형’은 차량에 부착된 관측 장비로 외기온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된 노면 결빙 위험 정보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5년여 간 자유로 및 영동고속도로 일대에서 다양한 기상조건 및 도로구간 특성에 대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수행했다.

16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공개한 ‘노면온도변화 패턴 예측 시스템’의 추정 과정./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책임자인 양충헌 박사는 “노면온도변화 패턴 예측 시스템 개발로 겨울철 도로의 노면상태에 대한 정보를 보다 많은 운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동절기 차량의 안전운행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회전구간, 비탈, 터널, 강변 등 다양한 도로환경을 갖춘 경기도 자유로와 서울외곽순환도로, 영동고속도로에서 5년 동안 기상조건에 따른 도로 상태와 노면온도 변화 정보를 수집했다.

다만 현재까지 이 기술이 바로 상용화에 들어가긴 힘든 실정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인프라안전연구본부 김진국 전임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기술의 경우 기초 연구를 마무리 한 단계로 상용화 시기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국내 차량 정보기술(IT)업체에 제공하고 올겨울 동안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 도로 열선, 효과 훌륭하지만 비용과 수명 ‘걸림돌’

블랙 아이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도로 아스팔트 밑에 열선을 매립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랙 아이스가 자주 발생하는 교량, 터널 출입구, 그늘진 도로의 경우 열선 설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상주-영천 고속도로의 경우 열선을 설치한 구간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울산 남구는 지난 2012년 도로 열선 설치 후 결빙에 의한 교통사고를 예방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남구에 설치된 도로 열선은 도로 포장면 5~7cm 아래에 매설된 열선이 습도와 온도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도로가 얼지 않도록 5~15℃의 온도로 가열돼 눈을 녹인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울산 남구에 설치한 도로 열선 덕분에 언덕 부근이나 커브 지역에서 발생하는 결빙에 의한 교통사고가 감소했다”며 “올해는 아직 눈이 오지 않았지만 눈이 올 경우 다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지난 2012년 울산 남구의 옥동 거마로와 은월로 일부 급경사 구간에 도로 열선을 설치했다. 많은 눈이 내리는 가운데에도 열선이 설치된 도로에는 눈이 쌓이지 않고 있는 모습./ 뉴시스

다만 열선은 차량 통행량이 많은 구간의 경우 아스팔트에 가해지는 압력에 의해 열선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차도에 설치된 열선의 수명은 2~3년에 불과하다.

도로 열선 설치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울산시가 울산 남구에 길이 580m, 폭 6.5~8.5m 규모의 도로 열선을 설치하는데 사용된 예산은 5억원이다. 수명이 짧은 열선의 경우 교체가 자주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적 부담이 크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염화칼슘을 뿌리는 것도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 도로운영과 박문신 사무관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염화칼슘을 뿌려 녹은 눈의 경우 영하 20~30℃가 되지 않는 이상 다시 얼지는 않는다”며 “다만 눈이 녹으면서 염화칼슘의 농도가 떨어져 효과가 반감되므로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뿌려야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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