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 지난 2년과는 또 다른 연말을 맞고 있다. /뉴시스
암호화폐가 지난 2년과는 또 다른 연말을 맞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암호화폐가 또 한 번 연말을 맞고 있다. 2017년이 뜨거운 열탕, 2018년이 차가운 냉탕이었다면 올해는 뜨뜻미지근한 연말을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거듭되며 올해도 어김없이 롤러코스터 행보를 걸었던 암호화폐의 2019년을 돌아본다.

◇ 2017년 ‘폭등’, 2018년 ‘폭락’, 2019년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7년 연말, 세간의 관심은 온통 암호화폐에 쏠렸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하루가 다르게 거침없이 치솟으면서 너도나도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7년, 연초만 해도 1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 시세는 줄곧 상승세를 나타냈다. 불과 수개월 새 몇 배로 시세가 뛴 것이다. 이에 암호화폐를 향한 세간의 관심이 점차 높아졌고, 이러한 관심은 재차 시세 폭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연말에 접어들면서 폭발적인 상승세가 나타났다. 11월 들어 1,000만원 고지를 넘어섰고 12월엔 단숨에 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상승세는 2018년 초까지 이어져 비트코인 시세가 2,500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1년 뒤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비트코인 시세는 300만원대까지 추락했고, 12월에도 400만원대 수준에 머물렀다. 불과 1년 새, 시세가 5분의 1로 뚝 떨어진 것이다. 가라앉은 건 시세뿐이 아니었다. 암호화폐를 향한 세간의 관심과 투자열기도 차갑게 식었다.

이러한 양상은 2018년 내내 이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 정점을 찍었던 암호화폐 시세는 이후 정부 차원의 규제 강화 등 각종 악재가 잇따르면서 순식간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하락세는 사실상 1년 내내 이어졌고, 연말 들어 더욱 극심해졌다. 연초 최고점을 찍었던 암호화폐 시세가 연말엔 최저점을 찍은 셈이다.

그렇다면 또 다시 1년이 지난 올해 연말은 어떨까. 18일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770만원대다. 12월 들어 뚜렷한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700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연내 500만원~600만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연말 들어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암호화폐 시세는 올해 모처럼 기지개를 켜기도 했다. 4월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비트코인 시세는 6월 들어 1,500만원 고지를 잠시나마 재탈환했다. 2017년의 폭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모처럼 눈에 띄는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다. 아울러 전반적인 등락폭이 2018년에 비해 유의미하게 줄어들기도 했다.

올해도 각종 사고 등 부정적인 논란이 반복됐지만, 암호화폐가 뚜렷한 연착륙 양상을 보였다는 점 또한 의미가 크다.
올해도 각종 사고 등 부정적인 논란이 반복됐지만, 암호화폐가 뚜렷한 연착륙 양상을 보였다는 점 또한 의미가 크다.

◇ 뚜렷한 연착륙 행보… 내년엔 또 다른 국면 펼쳐질듯

이처럼 앞선 2년과는 또 다른 상황 속에 연말을 맞고 있는 암호화폐는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변화와 논란, 사건이 있었다.

먼저 최근 업비트에서 발생한 580억원대 유출사고를 비롯해 거래소 사고가 올해도 반복됐다. 빗썸에서는 4월에 이어 9월에도 비정상적 출금이 발생했다. 특히 빗썸에서의 유출사고는 내부자 소행으로 나타나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암호화폐의 숫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가운데, 부실 암호화폐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각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부실 암호화폐를 걸러내 상장을 폐지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신호들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삼성전자가 블록체인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이고, JP모건은 미국 은행 중 최초로 자체 암호화폐 시범운영에 착수했다. 또한 페이스북은 각국의 규제로 인해 중단되긴 했으나 자체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착수해 큰 화제를 모았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암호화폐에 큰 관심을 보이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암호화폐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인이다.

암호화폐의 제도권 연착륙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6월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과 이를 취급하는 거래소 등에 적용할 규제 권고안을 완성해 발표했다. 이는 암호화폐 및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해 처음으로 세계 표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FATF의 권고안 등을 반영한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현재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지금까지 암호화폐와 관련해 명확한 법적 정의나 규제가 없었던 공백을 메워줄 개정안이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소득세 부과가 추진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은 암호화폐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처럼 관련 제도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며 암호화폐의 연착륙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엔 투기의 관점에서 암호화폐를 바라보다 보니 부정적인 시선 또한 많았는데, 최근엔 이 같은 인식이 기술적인 측면과 투자 대안의 측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정 사안에 따라 암호화폐 시세가 비정상적으로 출렁이는 일이 크게 줄어든 것이 그 방증이다.

또 다른 분위기 속에 연말을 맞게 된 암호화폐는 내년 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투기 광풍과 암흑기를 거쳐 연착륙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암호화폐가 내년엔 또 어떤 한 해를 보내게 될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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