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경아 기자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론인 비례대표제 폐지와 현행 선거제도인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 중 무엇을 내세울지 지도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일각에선 민주당과 선거법 재협상을 시도해야 한다는 말도 제기됐지만, 당 지도부는 ‘투쟁’에만 올인하는 분위기다.

심재철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내 혼선을 외부로 노출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18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당대표 주재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발언에서 심 원내대표는 현행 선거제도인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강조했다. 타 의원들의 공개발언이 끝난 뒤 다시 마이크를 잡은 심 원내대표는 “‘지역구 270석+비례대표 0석’이 당론”이라며 급하게 번복했다. 한국당 중진의원과 최고위원들이 잠시 술렁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심 원내대표는 당론을 강조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비례대표제 폐지는 당론이다. 현재 4+1협의체가 하는 것은 정치적 야합이고 국회 의석수 나눠먹기”라며 “특히 비례대표제를 많이 나눠먹으려는 것이며,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일”이라고 말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지도부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당내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야 4당은 연동형 캡(cap) 30석 한시적 적용을 전제로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꺼져가던 패스트트랙 법안의 연내 처리 불씨가 다시 살아난 셈이다.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한국당 입장에서 ‘현 선거제도 유지’를 가지고 민주당과 협상을 시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야3당과 대안신당이 민주당과 합의안을 찾게되면, 패스트트랙 본회의 상정은 시간문제고 표대결에서 한국당은 이길 수 없다”며 “현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방향에서 민주당과 협상을 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 중진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영우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각 당이) 각자의 길을 가는 거다. 협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 넋 놓고 있었던 것”이라며 “필리버스터 밖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진작에 협상했어야 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주 선거법 협상 결렬로 4+1협의체가 동력을 잃었을 때 우리가 민주당과 신속히 협상했어야 했다. 그런데 지도부에서 따로 말한 게 없다”면서 “솔직히 ‘지역구 270석+비례대표 0석’이라는 당론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한국당 지도부는 투쟁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주도권을 쥘 기회가 있었으나 규탄대회에 초점을 맞추면서 놓친 측면이 없지 않다. 야 4당이 내놓은 합의안을 민주당이 수용할 것인지 여부만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은 합의안만 도출되면 오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일괄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우선은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 민주당 의총을 지켜보자”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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