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이 베일을 벗었다.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이 베일을 벗었다. /CJ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 발생. 갑작스러운 재난에 한반도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고,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추가 폭발이 예측된다.

사상 초유의 재난을 막기 위해 전유경(전혜진 분)은 백두산 폭발을 연구해 온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 분)의 이론에 따른 작전을 계획하고, 전역을 앞둔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이 남과 북의 운명이 걸린 비밀 작전에 투입된다.

작전의 키를 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이병헌 분)과 접선에 성공한 인창. 하지만 준평은 속을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인창을 곤란하게 만든다.

한편, 인창이 북한에서 펼쳐지는 작전에 투입된 사실도 모른 채 서울에 홀로 남은 최지영(배수지 분)은 재난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사이 백두산 마지막 폭발까지의 시간이 점점 가까워진다.

260억원의 어마어마한 제작비, 충무로 대표 배우 이병헌·하정우의 첫 만남, 백두산 화산 폭발이라는 신선한 소재까지.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관객들의 높은 기대치는 ‘득’이 될까, ‘독’이 될까.

‘백두산’에서 첫 연기 호흡을 맞춘 하정우(왼쪽)과 이병헌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백두산’에서 첫 연기 호흡을 맞춘 하정우(왼쪽)과 이병헌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신세계를 열며 총 2,6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신과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의 신작이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백두산’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강남역 지진부터 한강 해일 등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재난 상황이 생생하게 구현돼 몰입감을 높인다.

황폐화된 평양의 모습과 북한의 현수교가 붕괴되는 장면도 리얼하게 재현했다. 100% CG로 완성한 백두산 화산 폭발 장면도 압도적이다. 특히 인물과 거리를 최소화한 촬영, 모션 베이스와 같은 특수 장비 활용 등으로 체험적 비주얼을 완성, 실제 재난 상황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하는 ‘백두산’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하는 ‘백두산’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적재적소에 배치된 웃음 코드는 재난 영화의 피로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과 남한 특전사 EOD 대휘 조인창, 미 프린스턴 대 지질학 교수 강봉래와 민정수석 전유경의 ‘티키타카’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색다른 소재를 새롭지 않게 풀어낸 스토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뻔한 전개가 예측한 대로 흘러가고, 결말도 진부하다. 특히 사건 해결에 도움은커녕 방해만 되는 무능한 정부, 얽히고설킨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재난 속 피어난 뜨거운 우정,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 코드 등 그동안 수많은 재난 영화에서 반복돼 온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한다.

‘백두산’에서 열연을 펼친 마동석(위 왼쪽)과 전혜진(위 오른쪽), 배수지(아래)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백두산’에서 열연을 펼친 마동석(위 왼쪽)과 전혜진(위 오른쪽), 배수지(아래)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열연은 이러한 아쉬움을 날려버린다. 매 작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온 이병헌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북한 요원 캐릭터에 도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속내를 쉽게 읽기 힘든 입체적인 캐릭터를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을 오가는 폭넓은 연기로 완성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하정우는 특유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재난 상황의 절박한 감정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카리스마와 유머를 오가는 연기로 극을 이끈다. 백두산 화산 폭발을 연구해 온 지질학 교수 강봉래로 분한 마동석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벗고 지적인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발산하고, 전혜진과 배수지도 제 몫을 해낸다. 러닝타임 128분, 오늘(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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