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부분 공항, 북서~남동 활주로 설계… 계절풍 영향
제주도, 화산섬 지형적 특성 및 용담2동 소음피해 최소화 등 고려

/뉴시스
국내 다수 공항이 활주로를 북서~남동 방면으로 설계를 하는데 반해 제주국제공항은 메인 활주로가 북동~남서 방면으로 설계돼 운영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우리나라 공항 중 다수는 활주로를 북서에서 남동 방면으로 설계한다. 이는 한반도가 계절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형적인 요소를 고려한 것이다. 실제 국내 공항 대부분이 이와 같이 설계돼 있거나 북에서 남으로 뻗어있다. 그러나 제주공항은 북서~남동 활주로가 있음에도 북동에서 남서으로 길게 뻗어있는 활주로 이용 빈도가 훨씬 높다. 이유가 뭘까. 

◇ 제주공항, 측풍 영향 많이 받지만 지형적 특성상 어쩔 수 없어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 대구국제공항 등은 북서~남동으로 활주로가 뻗어있다. 이는 계절풍 영향이 크다. 한반도는 지리적 특성상 대개 겨울에는 북서쪽의 시베리아 기단이 발달해 바람이 북서풍 위주로 불어오며, 여름에는 남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기단이 발달해 남동풍이 자주 분다.

비행기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기수를 두고 이착륙을 하는 것이 안정성과 연료 효율성 등 측면에서 유리하다. 맞바람을 이용하면 비행기가 양력을 쉽게 얻을 수 있어 짧은 거리에서도 이륙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소모되는 연료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 국내 공항을 설계할 때 다수의 공항에서 북서~남동으로 활주로를 계획하고 시공했다.

일부 공항에서는 북동~남서 방향으로 활주로를 설계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항에서는 이착륙 하는 비행기 기체의 옆에서 바람이 불어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동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등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 비행기 착륙 시 측풍 때문에 동체가 많이 흔들리고 안전하게 착륙하기가 힘들다고 판단될 시엔 즉시 출력을 높여 다시 이륙하는 ‘고 어라운드(Go-around)’를 실행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제주공항의 활주로다. 북동~남서로 설계됐다. 제주공항도 북서~남동으로 뻗은 1,910m 길이의 활주로가 존재한다. 그러나 화산섬인 제주도는 해안지대에서부터 한라산 방면으로 약 5도(°) 정도 경사진 지형적 특성과 북서~남동 활주로의 남동쪽 끝에 인접한 용담2동에 미치는 소음피해, 짧은 거리 등으로 인해 사용 빈도가 현저히 낮다.

이러한 요인으로 제주공항은 북동~남서로 뻗은 3,180m의 7-25(70°-250°) 활주로를 메인 활주로로 이용한다. 이 때문에 제주공항을 이착륙하는 비행기는 바다 쪽이나 한라산을 돌아 도심방면에서 불어치는 측풍의 영향을 1년 내내 받게 되며, 비행기 조종사들 사이에선 착륙이 까다로운 공항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제주공항은 제주도의 지형적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항공기상청과 제주항공청(제항청) 관계자는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착륙을 하기 위해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이착륙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제주공항은 지리적 특성상 어쩔 수 없이 활주로를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설계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항청 관계자는 “북서에서 남동으로 뻗은 활주로는 거리가 3,000m 이상의 메인 활주로에 비해 짧아 이착륙 할 수 있는 항공기 기재가 제한적이다”며 “한때 용담2동 주민들의 항공기 소음관련 민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활주로 사용 빈도가 낮아지면서 최근엔 소음 민원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제주도의 이러한 지리적 특성 및 바람 방향 등을 모두 고려해 신설 예정인 서귀포 제주신공항은 활주로를 남에서 북으로 설계를 계획했다.

한편, 바람은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 외 낮과 밤에도 불어오는 방향이 수시로 바뀐다.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이착륙이 맞바람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방향을 변경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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