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 3사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3사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자동차업계 ‘언더독 3사’의 연말 분위기가 더욱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3사가 나란히 위기를 맞고 있고, 특히 내년이 중대기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차이는 더욱 눈길을 잡아끈다.

◇ 르노삼성-한국지엠, 임단협 매듭 못 지은 채 갈등 고조

2019년도 이제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은 아직 올해 임단협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쌍용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고, 기아자동차는 비록 노조 조합원 투표를 넘진 못했어도 노사 잠정합의안 마련까진 성공했으나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이렇다 할 진전조차 없다. 오히려 노사갈등이 더욱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18일부터 집중교섭에 돌입한 상태다. 연내 협상 타결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양측은 지난 6월 지난해 임단협 타결과 함께 발표한 ‘노사 상생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올해 극심한 노사갈등을 빚어왔다. 현재도 노조는 파업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쳐놓았다. 극적으로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말 파업 가능성이 상당하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도 해를 넘기는 진통 끝에 마무리지은 바 있다. 2년 연속 임단협 연내 타결 실패라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셈이다.

한국지엠도 임단협이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연내 타결을 위한 마지노선이었던 지난 10월에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마지노선이 10월이었던 이유는 노조 집행부 선거가 12월 초로 예정돼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노조의 전임 지도부는 지난 10월 교섭중단을 선언하며 올해 임단협 교섭을 차기 집행부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뤄진 집행부 선거에서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지도부가 선출돼 긴장감이 더욱 높아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국지엠은 근무체계 개편 및 비정규직 대량 해고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생산물량 감소로 인해 근무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비정규직 560여명에게 해고를 통보했고, 정규직 노조에 대해서도 ‘한시적 2교대’ 전환을 요구하며 임시휴업 가능성까지 꺼내든 상태다.

여기에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비정규직 근무대기 중 돌연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한국지엠의 노사관계는 말 그대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9월 공장 현장을 방문한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가 직원들을 격려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쌍용자동차
지난 9월 공장 현장을 방문한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가 직원들을 격려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쌍용자동차

◇ ‘상생 모범생’ 쌍용차, 인건비 부담도 줄였다

최근 쌍용자동차 노사가 전한 소식은 르노삼성 및 한국지엠의 분위기와 180도 다르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19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경영쇄신 방안을 마련하고 이 방안에 대한 내부 동의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내수시장 판매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며 재무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노사가 함께 손잡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구체적인 경영쇄신 방안은 △상여금 200% 반납 △PI 성과급 및 생산격려금 반납 △연차 지급율 150%에서 100%로 변경 등이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인건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쌍용차 노사는 앞서도 가장 먼저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고, 직원 복지 중단 및 축소에 합의하는 등 ‘상생의 노사관계’를 이어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쌍용차 관계자는 “선제적인 경영쇄신 노력에 노사가 함께하며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는 것은 미래 대비를 위한 하나의 공유된 방향성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동종업계의 노사갈등 사례와는 대조적으로 노사가 함께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통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향상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 그리고 쌍용차는 모두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내수시장에서 판매부진에 빠져있고, 수출 및 수출 생산물량 확보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을 맞이하는 3사의 노사관계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전환기가 찾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각사의 전혀 다른 노사관계는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이라며 “쌍용차 노사의 상생정신은 업계를 넘어 국내 산업계 전반에 모범사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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