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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안산다
[나 혼자 안산다⑭] ‘1인가구’ 중심 주거정책 패러다임 전환 시작
2019. 12. 20 by 정계성 기자 minjks@gmail.com
과거 1인가구가 결혼 전 잠시 거쳐가는 가구형태로 여겨진 것과 달리, 지금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가구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뉴시스
과거 1인가구가 결혼 전 잠시 거쳐가는 가구형태로 여겨진 것과 달리, 지금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가구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2047년 1인가구 비중이 37.3%(832만 가구)를 차지하며 가장 일반적인 주거형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2015년 520만 가구였던 1인가구는 2017년 558만 가구로 이미 가파른 증가세에 있다. ‘3~4인 가구’ 기준 복지정책을 고수했던 정부는 결국 ‘1인가구’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 2047년 1인가구 비율 37.3%

엉덩이 무거운 정부가 움직인 것은 1인가구가 전 연령, 지역, 성별에 걸쳐 보편적인 가구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1인가구는 30대가 35.6%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지만, 40~59세 32.4%, 60세 이상 32%로 연령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2047년으로 시계를 돌리면, 인구 고령화에 따라 60세 이상 1인가구가 56.8%(473만 가구)로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방으로 갈수록 노년층 1인가구 비중이 커졌으며, 1인가구를 구성하게 되는 원인도 미혼가구, 이혼가구, 사별가구 등 다양했다. 이는 ‘1인가구’가 결혼 전 청년시기 잠시 거치는 주거형태가 아니라 전 계층의 일반적·보편적 주거형태가 된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고령화뿐 아니라 늦은 결혼과 비혼 문화의 확대 등으로 전체 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1인가구를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주거정책도 기존의 4인가구 표준에서 벗어나 1인가구 특성에 맞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주거를 중심으로 1인가구에 대한 대책도 일부 공개됐다. 19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는 정부가 국유지 등을 이용해 소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일단 논의됐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1인가구 대표주거면적으로 18㎡(5.4평)를 제시하고, 아직까지 표준모델이 나오지 않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사회주택)에 대한 공유형 주택공급 메뉴얼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늘어나는 도시인구에 대응해 ‘4인가족’ 중심 주공아파트를 공급한 지 30년 만의 변화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정부의 패러다임 전환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실 1인가구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은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혼인과 출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무엇보다 1인가구에 대한 지원이 마치 비혼과 저출산을 장려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학계를 중심으로 1인가구가 안정돼야 궁극적으로 결혼과 출산도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28.5%에서 2047년 37.3%로 증가할 전망이다. /통계청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28.5%에서 2047년 37.3%로 증가할 전망이다. /통계청

◇ 물량에만 초점 맞추면 실패

최경호 사회주택협회 정책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1인가구 자체에 주목을 하고, 또 홀몸노인 돌봄서비스와 연계하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옳은 방향”이라며 “지금까지는 정책적으로 유도형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먼저 결혼을 하면 그 결과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1인가구가 행복해야 결혼해서 2인가구가 되고 다자녀가구가 되는 게 아니겠느냐. 따라서 1인가구를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고 궁극적으로 결혼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 물론 1인가구 자체도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공급물량 등 수치적인 성과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3~4인 가족단위 아파트의 경우 공급만으로 어느 정도 운영이 될 수 있었지만, 1인가구 공동주택이나 셰어하우스는 갈등관리와 커뮤니티공간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입지조건 역시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요소다. 공급물량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실패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최경호 정책위원장은 “1인가구를 모아놓고 물리적 형태만 제공하고 떠나면 갈등관리가 안되고 공용공간이 오히려 죽어버리는 역효과가 난다. 또 (차량보유 필요성이 큰) 4인 가족 경우와 달리 1인가구는 청년이든 노년이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도심에 위치해야 한다”며 “과거 임대주택 물량만을 채운다고 수요가 없는 곳에 대량으로 지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같은 정책적 낭비는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소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도 “1인가구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정부가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으면, 일부 공공임대주택의 커뮤니티 공간처럼 공급만 되고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정부가 주택공급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서비스와 관리, 커뮤니티를 고민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