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선방안’ 발표
접속료 정산 제외 구간인 ‘무정산 구간’ 설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접속료 정산 제외 구간인 ‘무정산 구간’이 설정된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터넷 시장의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업계 의견 등을 반영해 수렴한 개선 방안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국내 ‘망 사용료’에 대한 논란 해소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22일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개선 방안에 따라 접속료 정산 제외 구간인 ‘무정산 구간’이 설정된다. 이는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대형 통신사 간 트래픽 교환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접속료를 상호 정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먼저 과기정통부는 시장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해 무정산 구간의 하한 수준을 결정한다. 현행 대형 통신사 간 트래픽 교환 비율을 최대치보다 높은 1대 1.8로 결정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1년간 월별 트래픽교환비율이 모두 1대 1.5였던 만큼 무정산 구간을 1대 1.8로 설정할 경우 트래픽이 상당수준 늘더라도 접속비용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중소통신사의 접속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접속통신요율 상한 인하율 최대 30%로 확대(기존 7.3~13.4%)하고 정산방식 자율화(용량 또는 트래픽) 등으로 상호접속 고시를 개편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 통신사가 트래픽을 다량 유발하는 콘텐츠제공사업자(이하 CP)를 유치해도 당분간 1계위 사이에는 접속료를 정산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일정 트래픽의 경우 무정산 하게된다면 이를 정산하는 접속료로 CP에 대한 망 이용대가 인상 등 요인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무정산 구간 설정으로 통신사가 접속비용 없이 CP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CP 유치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온라인방송서비스(OTT),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혁신적인 신규서비스를 부담 없이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홍진배 네트워크정책실 통신정책관은 “이번 개선 방안은 통신사 뿐 아니라 인터넷 생태계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만든 결과물”이라면서, “앞으로도 우리의 강점인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위에서 다양한 인터넷 생태계 참여자들이 동반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계속하겠다”라고 말했다.

◇ CP‧스타트업… ‘찬성’하지만 ‘상호 접속료 폐지’ 입장 고수

CP 업계는 이번 개선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번 개선 방안이 도입으로 상호 접속료가 사라질 경우 통신사의 망 사용료 인상 근거가 약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정부가 설정한 무정산 구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며 상호 접속료 폐지가 최선이라는 입장은 유지했다. 상호 정산 비율 조정은 근본적 해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 역시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스타트업 업계는 그동안 국내 망 사용료가 해외보다 비싸고 산정 근거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국내 통신 사업자가 직접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면서 공정한 시장 질서를 왜곡한다며 상호접속제도 개정을 주장해 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성명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계의 우려를 일부 반영해 망 비용 상승의 구조적 원인을 일부 개혁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한 발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방안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및 콘텐츠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하는 불공정한 과도한 망 비용 구조가 한 번에 해소될 수 없겠지만 시장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통신업계… 신중한 입장, 글로벌 CP와의 망 사용료 협상에 악영향 미칠수도

통신사 관계자들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본적으론 기존 제도의 틀이 유지돼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정부가 향후 개선 방안에 대해 수정할 것으로 밝혀 아직까지 속단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CP의 ‘공짜망’ 사용 제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CP업계의 부담은 줄어들었으나 통신사가 망 사용 ‘무임승차’를 차단할 장치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CP의 경우 LTE 데이터 트래픽 비중의 67.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어 무임승차 논란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글로벌 CP는 페이스북 밖에 없다. 반면 국내 CP업체인 네이버, 카카오 등은 매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 협상을 요구 중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측은 캐시 서버와 같은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을 통한 트래픽 감소를 제안하며 망 사용료 지불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1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에 대한 갈등 중재’를 재정 신청을 접수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개선 방안은 CP측 의견을 반영해 일부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무정산 구간의 증가는 글로벌 CP와의 망 사용료 지불 협상에서 지금보다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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