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수원지로 삼고 청정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생수 브랜드들의 생산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판매 허용 여부를 두고 제주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 시사위크
제주를 수원지로 삼고 청정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생수 브랜드들의 생산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판매 허용 여부를 두고 제주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 시사위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제주도가 ‘특산물’인 생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리온과 ‘용암수’의 국내 판매 허용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를 수원지로 삼고 있는 업계 1위 ‘삼다수’까지 노조 총파업으로 생산 라인이 멈춰설 위기에 처했다.

◇ ‘국내 판매 진실은’?… 팽팽한 줄다리기

제주도와 오리온의 ‘물 싸움’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 17일 오리온이 제출한 제주용암수 사업계획서를 필수 내용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반려하면서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3일 지역과 제주도 등에 따르면 국내 판매계획이나 용암해수 수요량 등 물 공급계약에 필요한 내용들을 보완해 제출할 것을 오리온에 요구했다.

제주도는 현재 ‘물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며 선전포고를 내린 상황이다. 오리온이 도의 경고를 무시하고 제주용암수를 국내에서 판매할 경우 염지하수(용암 해수)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생수공장 설비에만 1,200억원을 투자한 숙원사업이 시작부터 헝클어질 위기에 처한 오리온은 물밑에서 사태 해결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천신만고 끝에 도와 오리온 양측의 봉합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인철 부회장의 야심작이자 미래성장 동력인 생수 사업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 오리온이 도가 납득할 만한 협상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당사자인 제주도 또한 오리온에만 책임을 전가하기엔 부담이다. 오리온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주용암수의 판매를 공식화 한 후에야 제동을 걸고 나서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주도가 염지하수 공급 중단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는 것도 극적 합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오리온은 당초 예정대로 이달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에 돌입했다. 그러나 제주도 측에서 염지하수 공급 중단 메시지가 나온 이후에도 판매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에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 1등 삼다수, 공장 중단 초유 사태 맞나

국내 1위 생수 브랜드 제주삼다수도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제주도를 생수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제주삼다수는 생산 공장이 중단될 수 있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지난 20∼21일 이틀간 조합원 605명을 대상으로 단체협약 관련 노동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584명이 투표에 참여해 97%(568명)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노조는 근로자 처우개선과 직급체제 개편,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도개발공사 사측과 노조는 제주도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진행 중이다. 노조가 만약 전면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삼다수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삼다수 비축 물량이 상당해 한동안 판매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개발공사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조정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사측에서 제공하기 곤란한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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