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초기, 차로 가장자리 돌출형 분리시설물 설치… 민원·유지관리 문제로 철거
자전거 우선도로는 향후 ‘자전거 전용도로’ 구축을 위한 홍보성 도로

서울시는 지난 2008년부터 자전거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팀을 신설해 운영해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가 계획 중인 자전거 전용도로 조감도. /서울시청
서울시는 지난 2008년부터 자전거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팀을 신설해 운영해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가 계획 중인 자전거 전용도로 조감도. /서울시청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서울시가 자전거 우선도로 및 전용도로 구축 사업을 시작한지 10여년이 흘렀다. 이 기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보완을 거쳤지만, 아직 도심 내 ‘자전거 우선도로’와 관련해 잡음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다.

서울시 자전거 우선도로는 현재 최하위 차로(가장자리 차로) 바닥에 ‘자전거 우선도로’라고 표기만 해뒀을 뿐 별다른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 이 차로는 차량과 자전거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차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동차와 자전거의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자전거 우선도로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구축하기 전까지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차량 운전자들과 자전거 운전자들 일부는 현재의 서울시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차량 운전자들은 자전거가 가장자리 차로를 이용해 하위 차로 주행이 불편하고 우회전을 할 때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한다. 자전거 운전자는 자전거 우선도로라는 표식만 있을 뿐 차량과 함께 차도를 달리는 상황이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한다.

대표적인 도심 내 자전거 우선도로 구간으로는 서울 시청 인근의 세종대로와 5호선 애오개역·공덕역·마포역 구간의 마포대로 등이 있다. 해당 구간은 출퇴근 시간이 아니더라도 교통량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 9월 자전거 전담조직을 처음으로 신설하고, 2009~2010년 서울시내에 총 88km의 자전거도로를 구축했다. 현재 서울시 내 자전거 우선도로는 총 113km가 구축돼 있다.

자전거 우선도로를 처음 구축했던 2009년 당시에는 펜스와 같은 돌출형 분리시설물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러한 시설물이 도로 유지관리에 지장을 주고 생활·생계형 민원이 다수 발생함에 따라 철거를 결정했고, 지난 2011년 4월부터 실행에 옮겼다.

돌출형 분리시설물을 제거한 자리에는 안전대책으로 야간 시인성 확보를 위해 표지병을 설치했다. 표지병이란 야간에 자동차가 주행할 시 전조등 불빛이 반사될 수 있도록 도로에 박아 놓은 표지물이다. 표지병은 자전거 운전자를 직접적으로 보호해 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대형유통매장 등 다중 집합시설 인근과 교차로 인근 우회전 지역, 택시 정류장 등 자전거도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구간은 자전거 우선도로를 보도 위로 우회하도록 노면 표시로 대안을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상암 DMC 친화타운 홈플러스 주차장 진출입 구간 △천호대로 아차산역 부근 우회전 구간 △여의도 쌍둥이 빌딩 앞 △여의도 KFC 앞 △천호대로 어린이대공원 앞 등이 있다.

안전사고 위험이 예상되는 구간에 대해선 도로 유색포장과 반사경 등 안전시설물 설치, 자전거도로 표시, 자전거 주의표시 등 노면표시를 통해 조치를 취했다.

/서울시청
박원순 서울시장이 계획 중인 서울시 자전거전용도로망. 한양도성과 여의도, 한강, 강남권역까지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도록 계획해 구축 중이다. 현재 한강대로 구간에 대해 주민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청

◇ 자전거전용도로망 구축 사업 시작, 종로에서 여의도·강남까지 목표

지난해에는 사대문 내에서부터 여의도와 강남을 잇는 도심 자전거전용도로망 구축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지난해 4월 8일 종로 일대에 자전거전용차로를 개통했다. ‘종로 자전거전용차로’는 종로1가부터 5가까지 약 2.6km 거리에 구축됐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분리대, 경계석 등으로 차도 및 보도와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는 반면, 자전거 전용차로는 기존 차로의 일정부분을 자전거만 다닐 수 있게 노면표시 등으로 구분한 것이다.

종로 자전거 전용차로 개통에 앞서 서울시는 자전거도로 이용자의 안전 강화를 위해 지난해 3월, 서울지방경찰청의 교통안전시설 심의를 통해 종로 일대 자동차 최대 주행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하향 조정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도로 다이어트를 실시하고 있다. 도로 다이어트는 차로 수와 차로 폭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차로 수와 폭을 감소한 후 자전거도로 미설치 구간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신설, 기존 자전거 우선도로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신도시 및 재정비지구를 계획할 때 자전거 전용도로를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마곡지구와 답십리 래미안위브 아파트 단지 인근이다.

마곡지구 /서울시청
마곡지구 코오롱 사옥 앞 자전거 전용도로. 펜스를 이용해 차도와 분리했으며, 보도와는 가로수를 통해 구분 지어 간섭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로를 구성했다. /서울시청

마곡지구와 답십리 인근 자전거 전용도로는 차도와 자전거도로, 보도를 세 구역으로 구분 지었다. 특히 마곡지구는 기존에 보도 위 자전거도로를 설치한 것과 다르게 가로수를 이용해 구간을 확실히 구분 지어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간의 간섭이 없도록 했다.

서울시가 향후 자전거 우선도로를 자전거 전용도로로 바꿔나갈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자전거 우선도로는 향후 자전거 전용도로 구축을 위한 홍보성 도로”라면서 “결코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자전거 우선도로라는 표식이라도 있다면 자동차 운전자들이 주의하면서 운전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마포대로 구간의 자전거 우선도로는 지역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구축하기 전 우선적으로 실시한 것이라 일부 민원이 제기되는 과도기 상황”이라며 “향후 주민의견 수렴을 통해 도로 공간재편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며, 마곡지구와 같은 구조의 도로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