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배우 이병헌. /BH엔터테인먼트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배우 이병헌. /BH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연기력은 두말할 것 없는 배우 이병헌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한국형 재난블록버스터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을 통해서다. 데뷔 후 처음으로 북한 요원 캐릭터에 도전한 그는 다양한 언어 연기는 물론, 총기 액션부터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을 아우르는 연기까지 다채로운 매력으로 극을 이끈다. 이병헌의 연기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이병헌의 스크린 복귀작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병헌은 ‘그것만이 내 세상’(2018) 이후 1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지난 19일 개봉한 ‘백두산’은 개봉 3일째 100만 돌파, 4일째 200만을 돌파하며 압도적인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개봉 첫 주에만 246만 관객을 동원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총 26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백두산’은 백두산 화산 폭발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압도적인 스케일, 화려한 볼거리를 앞세워 관객 취향 저격에 성공했다.

극 중 이병헌은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으로 분했다. 속내를 쉽게 읽기 힘든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소화,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매 작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그는 또다시 새로운 얼굴로 스크린을 장악해 눈길을 끈다.

또 하나의 주연작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20년 1월 개봉하는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병헌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할 예정이다.

믿고 보는 배우 이병헌. /BH엔터테인먼트
믿고 보는 배우 이병헌. /BH엔터테인먼트

‘백두산’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이병헌은 “연말은 ‘백두산’을 보면서 끝내고, 연초에는 ‘남산의 부장들’을 보면서 시작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백두산’에 출연한 이유는. 
“볼거리가 풍성한 오락 영화라고 생각했다. 재난 영화이지만, 버디무비 같은 매력이 있어서 다른 재난영화와는 차별화된 점이라고 생각했다. 또 하정우(조인창 역)와 ‘케미’가 잘 맞으면 재밌겠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CG(특수효과)가 중요한 영화였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시나리오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드라마가 중심인 영화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떻게 나올지 대충 예상을 할 수 있다. 내가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배경이 굉장히 중요한데, 다 바뀌어 버리니까 영화를 보기 전까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CG가 정말 중요한 영화였다. 그래서 더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고 관객처럼 본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한 소감은.
“거의 대부분은 눈앞에 없는 것들을 상상하며 연기했어야 했다. 어떤 규모인지 무엇이 올지 알고만 있으면 리액션 하기 힘들다. 나중에 결과물 보기도 어색할 거고. 그렇기 때문에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최대한 끄집어내서 내가 알아야 했고, 정확하게 인지하고 연기를 했어야 했다. 많은 대화를 했다.”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에서 리준평으로 분한 이병헌 스틸컷. /CJ 엔터테인먼트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에서 리준평으로 분한 이병헌 스틸컷. /CJ 엔터테인먼트

-리준평의 첫 등장이 인상 깊었다. 
“실제 첫 촬영이었다. 등장 자체가 임팩트 있으면서도 그 한 신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리준평의 모습까지 다 드러냈어야 했다. 리준평이 등장하는 순간 남한 대원도 놀라고, 관객도 놀라야 했다. 첫 대사부터 목포 사투리를 썼다가, 러시아어를 했다가 한다. 정체가 뭔지, 어떤 사람일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지점까지 한 신에서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러 논의가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나오는 게 좋을지, 옆에 서 있다가 등장하는 게 좋을지 천정에 매달려 있을지. 하하. 많은 고민 끝에 지금 장면이 선택됐다.”

-사투리부터 액션까지 준비할 게 많았겠다.
“준비해야 할 게 북한 사투리·목포 사투리·러시아어·중국어였는데, 북한 사투리에 대한 걱정이 제일 많았다. 그런데 막상 했을 때는 중국어가 제일 힘들더라. 북한 사투리나 목포 사투리는 그래도 우리말이니까 억양이나 리듬이 있고 법칙이 있는데, 중국어는 정말 모르겠더라. 힘들었다.

액션은 주먹이나 발을 쓰는 것도 굉장히 긴장된 상태에서 하는데 총기 액션은 더하다. 사고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리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다. 총알이 박히는 파편 작업도 까다롭다. 멋있게 해야 하는데 어디서 터지는 걸 아니까 눈이 자꾸 감기는 거다. 하하. 그렇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쓰면서 했다.”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병헌. /BH엔터테인먼트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병헌. /BH엔터테인먼트

-리준평의 전사를 이해할 수 있는 장면에서 스포일러라 밝힐 수는 없지만, 유명 여배우가 특별 출연해 깜짝 놀랐다.
“나도 놀랐다. 촬영 며칠 전에 알았다. 정말 좋은 배우가 짧은 장면임에도 출연해줘서 정말 놀라웠다. 반면 배우가 너무 세서 혹시라도 감정 몰입을 하는데 튀는 느낌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런데 오히려 좋은 작용을 했던 것 같더라. 다행이다.”

-어느덧 50대가 됐는데, 여전히 액션 장르에서 활약이 돋보인다.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당연히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힘들어 죽겠다는 느낌은 아직 안 든다. 숨이 좀 찬다, 잽싸게 안 되는구나 정도의 차이가 느껴진다. 모르겠다. 그냥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거다. 사실 체력관리도 잘 못했다. 예전에는 운동도 꾸준히 하고 몸에 좋은 거 먹고 그랬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안 했다. 살이 좀 찐다 싶으면 밥의 양을 살짝 줄이지, 끼니를 걸러본 적은 없다. 하루에 세끼 이상은 꼭 먹는다. 반드시 지킨다. 힘들어서 못 견디겠더라.”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돌아보면 어떤가. 내년 계획은.
“연말은 ‘백두산’을 보면서 끝내고, 연초에는 ‘남산의 부장들’을 보면서 시작하려고 한다. 하하. 올해는 3분의 2는 일하고, 3분의 1은 쉴 수 있었던 여유로운 한 해였던 것 같다. 또 남은 휴식이 있다면, 비워낼 건 비워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려고 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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