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방식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진그룹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진가(家)에 ‘남매 간 분쟁’이 발발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칼 대표이사)의 경영 방식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 남매 간 갈등이 치열한 경영권 공방으로 확대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선대 회장 유훈과 달리 경영”… 조현아, 동생 조원태 회장 저격 

조현아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원은 먼저 “조 전 부사장은 작고하신 고(故) 조양호 회장의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의 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지에 따라 한진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대 회장은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하는 등 가족들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했다”며 “또한 선대 회장은 임종 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함께 잘 해 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히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원은 “이에 조 전 부사장은 가족들과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해 왔지만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님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상속인들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설명했다. 또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원은 “이에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도 즉각 입장문을 발표, 우회적인 반박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낸 입장문에서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것이 곧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유훈에서 어긋난 경영을 하고 있다는 조 전 부사장의 말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한진 측은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며 “최근 그룹이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이번 논란으로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이번 사태를 놓고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은 지난 4월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이후부터 조심스럽게 예측돼 왔던 일이었다. 조 전 회장이 그룹 후계자를 명확히 지명하지 않고 떠난데다 남매 간 지분율도 비슷한 수준이라 언제든지 싸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 “터질 게 터졌다”… 셈법 복잡해진 주주들 

조 전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 17.84%는 아내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자녀인 조원태·현아·현민 3남매가 각각 1.5대1대1대1 비율로 상속받았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사 격 회사다. 현재 장남인 조원태 회장이 6.46%,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3%,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2%을 각각 보유 중이다. 이들의 모친인 이명희 고문은 5.27%의 지분율을 보유 중이다.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데는 그룹 임원 인사 불만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삼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한 달도 안 돼 직책을 내려놨다. 동생인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을 시작으로 오너일가 ‘갑질 논란’이 불거진 탓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후 조현민 전무는 올해 6월 경영에 복귀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홀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단행된 그룹 인사에서도 조 전 부사장의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남매 간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다른 주주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현재 한진칼의 단일 최대주주는 행동주의펀드 KCGI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의 지분 17.29%를 보유 중이다. 

이외에 미국 델타항공이 10.00%를 갖고 있다. 또 반도건설이 대호개발 등 계열사를 통해 지분 6.28%를 보유 중이다. 재계에선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이나 다른 가족 일가를 우호세력으로 포섭할 수 있다면 경영권 흔들기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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