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롭스 대표이사에 선임돼 롯데그룹의 첫 번째 여성CEO로 이름을 올리게 된 선우영 상무가 1년 만에 대표 타이틀을 내려 놓게 됐다. 올해 여성CEO를 배출하지 않은 롯데그룹은 여성CEO 임원수가 '제로'로 돌아가게 됐다. / 뉴시스, 롯데지주
지난해 롭스 대표이사에 선임돼 롯데그룹의 첫 번째 여성CEO로 이름을 올리게 된 선우영 상무가 1년 만에 대표 타이틀을 내려 놓게 됐다. 올해 여성CEO를 배출하지 않은 롯데그룹은 여성CEO 임원수가 '제로'로 돌아가게 됐다. / 뉴시스, 롯데지주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주요 계열사 수장들을 대거 물갈이한 롯데그룹의 인사 후폭풍이 거세다. 신동빈 회장이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인적쇄신의 칼을 들면서 수많은 롯데맨들이 엇갈린 운명을 맞이했다. 선우영 롭스 대표 또한 성과주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롯데의 첫 번째 여성 CEO라는 기록을 남긴 채 일보 후퇴하게 됐다.

◇ 대표 타이틀 1년만에 반납… 여성CEO ‘제로’

이번 롯데그룹의 임원 인사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는 듯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성과주의’와 ‘여성인재’에 기반한 인사가 이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롯데의 핵심 사업영역인 유통 사업을 전개하는 롯데쇼핑의 사업부 수장들이 줄줄이 교체되면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공식적인 임원인사가 발표되기 전부터 업계에 나돌았던 ‘물갈이설’은 뜬소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쇼핑은 문영표 부사장이 롯데마트 사업부장으로 유임된 것을 제외하고는 4개 사업부(백화점‧슈퍼‧이커머스‧롭스) 수장이 모두 교체됐다.

유통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롯데쇼핑은 과도기를 맞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익이 전년 대비 24% 감소한 3,844억원을 기록 중이다. 3분기에만 지난해 보다 56% 가량 실적이 떨어졌다. 롯데 안팎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았던 “2017년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흘러나올 정도다. 실제 롯데쇼핑 올해 3분기까지 연결 매출은 2017년 동기 때보다 20% 줄어든 13조 3,080억원에 머물렀다.

H&B사업부(롭스)를 총괄해온 선우영 대표도 자리보존에 실패했다. 선우 대표는 상무 직위 그대로 친정인 하이마트로 복귀하게 된다. 하이마트는 이동우 대표가 유임하게 돼 직책 격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즉 롯데의 여성CEO가 1년 만에 자취를 감추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선우 대표는 롭스 수장으로 발탁되면서 롯데의 ‘1호 여성CEO’라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 1년간 선우 대표는 롯데그룹의 여성친화 정책은 물론 신동빈 회장의 신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맹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2020년까지 여성CEO를 배출하겠다”는 신 회장의 약속이 실현되기 무섭게 CEO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그럼에도 롯데는 여성인재 우대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룹 전체 임원 규모가 축소된 상황에서도 여성 신임 임원 3명을 새롭게 배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양수경 대홍기획 전략솔루션1팀장, 장여진 호텔롯데 마케팅부문장, 박미숙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운영팀장이 새롭게 여성임원으로 선임되면서 롯데의 여성 임원수는 지난해와 같은 36명을 유지하게 됐다. 그룹 내 유일무이 한 여성CEO였던 선우 대표의 거취가 아쉽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은메달이 아무리 많아 봤자 금메달 하나 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진정한 여성 친화 기업으로 인정을 받고자하는 기업이라면 CEO급 인재를 꾸준히 배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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