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중국 청두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일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는 만난 것은 취임 후 6번째이며, 공식 정상회담은 지난해 유엔총회를 계기로 성사된 지 1년 3개월 만이다.

특히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 속에서 열려 대내외의 관심을 모았다. 앞서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반발해 일부 전략물자에 대해 수출규제에 나섰고, 나아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바 있다. 우리 측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카드로 맞대응했다. 현재는 수출규제 문제 논의를 전제로 지소미아 종료결정을 잠정 연기하는 ‘스탠드스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예민한 상황임을 감안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총리님과의 회담이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그 기대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한국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교역과 인적 교류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상생 번영의 동반자다.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 ‘스탠드스틸’ 당분간 지속될 듯

아베 총리도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이라며 “저로서도 중요한 일한관계를 계속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오늘은 아주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관계정상화에 의지를 보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상회담은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각)부터 약 50분 간 진행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문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일본 수출규제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가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각별한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며 “강제징용 관련 양 정성이 서로 간의 입장차이를 확인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다만 양 정상은 구체적인 결론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시점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청와대는 앞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연기를 발표하면서, 일본의 규제철회와 연계돼 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규제 철회의 시한을 정한 것은 아니나 연말에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일본은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 한 개에 대해서만 규제를 철회한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한을 말할 순 없지만, 무작정 (지소미아 종료 연기 상태가) 계속 길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일정 기한 안에는 이 문제가 풀려야 한다는 것을 양국 정상이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일부 품목에 대한 규제철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아베 총리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한일 정상 간 대화의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데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 나가자는 데 양 정상이 합의를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간 양국 관계의 어려움에 비추어 개최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