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쌈, 마이웨이'를 시작으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SBS 'VIP'까지. 표예진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한 몸에 얻고 있다. / 팬스타즈컴퍼니 제공
KBS2TV '쌈, 마이웨이'를 시작으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SBS 'VIP'까지. 표예진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한 몸에 얻고 있다. / 팬스타즈컴퍼니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KBS2TV ‘쌈, 마이웨이’부터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SBS ‘VIP’까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세 화제의 작품 모두에 모습을 드러냈던 한 배우가 있다. ‘4년 차’ 배우 표예진이 주인공.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그녀의 행보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연에서 주연이 되기까지, 표예진의 캐릭터 소화력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2016년 MBC ‘결혼계약’을 통해 안방극장에 데뷔한 표예진은 KBS2TV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통해 오현경(‘동숙’ 역)의 딸 ‘김다정’으로 한없이 통통 튀는 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과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KBS2TV ‘쌈, 마이웨이’를 통해 어려움 없이 자란 드림 홈쇼핑 인턴이자 안재홍(‘주만’ 역)의 마음을 흔드는 여자 ‘장예진’ 역으로 등장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으며,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사회 초년생 ‘김지아’ 역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표예진이다.

표예진은 'VIP‘를 통해 한층 더 섬세한 내면연기를 선보이며 연기력을 실감케 만들었다. 지난 24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VIP‘는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프라이빗 오피스 멜로를 다룬 작품이다. 극중 표예진은 처절한 가난을 경험하는 VIP 전담팀 사원 ’온유리‘이자 백화점 부사장 아버지를 얻게 되는 ’하유리‘로 활약,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매력을 선사했다.

무엇보다도 표예진은 극중 이상윤(‘박성준’ 역)의 내연녀로 활약하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는 등 화제를 모았다. 캐릭터 특성상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터. 하지만 예상 외로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표예진은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고 말하며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온유리'이자 '하유리'로 맹활약을 선보인 표예진 / SBS 'VIP' 방송화면 캡처
'온유리'이자 '하유리'로 맹활약을 선보인 표예진 / SBS 'VIP' 방송화면 캡처

-SBS ‘VIP’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내리게 됐다. 종영하는 소감이 어떤가.
“'VIP‘를 촬영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마지막이라는 게 잘 안 믿겨지는 것 같다. 마지막회 방송을 미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VIP'는 저한테 최고의 작품이었던 것 같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의 캐릭터였다. 부담감이 있진 않았나.
“사실 'VIP‘를 너무 하고 싶었다. 작품 자체를 유달리 좋아하기도 했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남달리 많았던 것 같다. 전에는 너무 밝고 제 나이보다 어린 친구들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나. 작품들 속 밝은 모습은 저의 굉장히 일부분을 극대화한 모습이었다. 조금 더 저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VIP' 시놉시스를 봤을 때 ‘온유리’에 대한 소개로 ‘웬만해서 유리를 흔들 순 없다. 굉장히 어렵고 힘들게 살았지만 강한 친구’라고 적혀있었다. 저랑 비슷함이 많이 느껴졌다. 그리고 첫 감독님 미팅 때 ‘유리’가 ‘성준’이가 만나는 여자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생각보다 보통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너무 큰 역할이 아닐까’하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도전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재밌을 것 같았다.”

-극 중 ‘박성준 내연녀’로 등장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8회 엔딩에서 ‘박성준’의 내연녀가 나라는 사실을 보여주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했다. 과연 시청자들이 나인걸 예상했을까, 스토리를 잘 따라오고 있었을까 궁금하더라. 근데 오히려 8회 방송을 보고 제가 더 충격을 받았다. 다 알고 촬영을 했는데 엔딩 장면이 세게 느껴지더라. 촬영할 때는 ‘성준’이 집에 찾아왔다는 감정에 임해서만 연기를 했는데, 방송에서 ‘성준’의 내연녀가 ‘유리’인 게 밝혀지는 장면이라고 나오기도 했고 편집과 음악이 얹어지니 더 강하게 다가오더라. 또 방송이 나가고 나서 하루종일 이슈가 되니까 큰 반응에 조금 무섭기도 했다. 저에 대한 집중이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으론 제가 이런 큰 반응 속에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VIP'를 통해 확연히 다른 연기톤을 선보인 표예진 / 팬스타즈컴퍼니 제공
'VIP'를 통해 확연히 다른 연기톤을 선보인 표예진 / 팬스타즈컴퍼니 제공

-‘나정선’과 대적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온유리’ 역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나.
“나중에 ‘정선’과 대면했을 때 ‘유리’가 ‘정선’이를 이기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정선’한테는 죄책감이 깔려있었다. ‘유리’는 세상을 잘 아는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너무 미안하긴 하지만 ‘성준’을 놓을 순 없고, ‘성준’이 왔을 때도 생각만큼 죄책감을 털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러한 혼란스러움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유리’는 ‘정선’이 앞에서 그녀의 감정을 다 감내한다는 느낌이었다. 근데 역효과를 낸 것 같다. 하하. ‘나를 때려라’하는 말들은 ‘유리’는 진심으로 하는 말들이었다. 또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역효과를 낸 것 같다.(웃음)”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불륜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1회부터 8회까지 ‘정선’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정선’이 입장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뒤에 아무리 ‘유리’와 ‘성준’이의 서사가 나와도 변명으로 밖에 안보여 그렇게 느끼신 것 같다.

제가 느끼는 ‘VIP’는 모든 인물에게 각자의 이야기와 사정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성준’과 ‘유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성준’과 ‘유리’ 이야기가 뒤에 풀어져서 ‘불륜 미화’라고 보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유리’와 ‘성준’이의 이야기를 앞에 내보낼 수 없지 않나. 이미 시청자들이 화가 오를대로 올랐을 때 그런 이유들이 자꾸 나오니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그렇지만 불륜이 정당하다고 말한 적도 없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유리’와 ‘성준’이도 계속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냥 인물의 이야기를 조금 더 보여주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온유리’ 역을 소화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나.
“연기적으로 좀 힘들었다. 아무래도 저한테는 굉장히 큰 도전이 되는 역할이었다. 그만큼 제 엄청난 노력도 필요한 역할이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유난히 감정신이 많았다.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걱정도 많이 되고 준비도 많이 했다. 다행히도 현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정신 같은 경우 모든 스태프분들이나 촬영감독님이 제 감정에 혹시 방해가 될까 소리도 내지 않고 준비해주시고 (감정을 잡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셨다. 연기가 하나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도와주셨다.”

-극중 가장 극변하는 캐릭터라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재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사실 1회부터 16회까지 ‘유리’는 매번 변화했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새로운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드리기도 쉽지 않은데 그런 기회가 됐던 것 같다. 너무 처음부터 감정들을 잘 쌓아 와서 중간에 신분 상승하고 부와 권력을 얻었을 때의 변화하는 시점들이 되게 재미있었다. 다리도 안 꼬던 ‘유리’가 다리도 꼬는 등 작은 것들도 변하고 외적인 스타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현장에서 ‘온유리’와 ‘하유리’를 오가면서 찍을 때가 있었다. ‘하유리’를 찍다 ‘온유리’ 옷을 입고 머리를 묶으면 너무 마음이 편하고 좋더라.(웃음) 현장 스태프분들도 ‘온유리가 왔네’라고 좋아해주셨다.”

-실제 작품에서도 외적 스타일의 변화가 크게 와 닿았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스타일링에 많이 공들였다. 변화도 확실해야 보시는 사람들이 확 느낄 것 같았다. 정말 어렵게 살다 엄청난 부를 가졌을 때의 변화지 않나. ‘온유리’ 때는 치마나 구두, 가방은 하나밖에 없고 자켓이랑 블라우스는 다섯 벌로 돌려 입은 것 같다. 머리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검은 고무줄로만 묶고 사복도 삼선 슬리퍼, 무릎 나온 추리닝 등을 입고 싶었다.

‘하유리’로 바뀌었을 때는 항상 정확하게 세팅돼 있는 머리에 짧은 치마에 높은 하이힐을 주로 입었다. 일반적인 사람과는 뭔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의상, 트위드 원피스 같은 걸 자주 입었던 것 같다. 스타일리스트 실장님과 많이 상의해서 어렵게 찾았다. 외적인 모습들이 제 연기를 많이 채워주더라. 연기만으로 할 수 없는 부분들을 외적으로 채워줘야 보시는 분들에게 큰 효과로 다가가는 것 같아 크게 신경을 썼다.”

데뷔 4년 차 배우 표예진 / 팬스타즈컴퍼니 제공
데뷔 4년 차 배우 표예진 / 팬스타즈컴퍼니 제공

-극중에서는 장나라와 대립하는 구도로 나온다. 현장에서는 어땠나.
“가장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이상윤 오빠가 ‘너네가 잘 지내는 게 보기 불편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언니가 애교가 되게 많고 사랑스럽더라. 조금 저를 매섭게 쳐다보고 하는 장면이 있으면 ‘언니가 마음이 진짜 그런 거 아니야 알지? 상처받지마’라고 이야기해준다. 또 한 번은 ‘나도 누군가를 너무 미워하는 마음이 힘든데, 그걸 받는 너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해봤어 힘내’라고 연락이 왔는데 너무 고마웠다. 오히려 현장에서 제가 힘들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미안했는데...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고 이해해주면서 찍었던 것 같다.”

-올해 1월부터 본인 유튜브 계정에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아직 배우들 가운데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본인은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두러움은 없나.
“옛날엔 사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왜 내 사적인 걸 알려줘야하나 싶었고, 보여주기 싫어 감추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SNS를 많이 하다 보니 제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또 FashionN ‘팔로우미’ 예능을 하다보니 집에 대한 노출은 전혀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생기더라. 이젠 제법 괜찮아진 것 같다.”

-2020년에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 혹은 작품이 있나.
“지금 제 나이에 맞는 청춘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 대학생들이 나오는 현실적인 작품이 많지 않았나. ‘청춘시대’, ‘멜로가 체질’과 같은 색깔의 드라마에 대학생들의 공감대를 다룬 작품을 해보고 싶다.”

스스로 느끼기에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누구보다 탄탄한 작품들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4년 차 배우’ 표예진. 더욱이 표예진은 ‘온유리’에서 ‘하유리’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자신이 보여준 모습들은 예고편에 불과함을 짐작케 만들었다. 배우로 걸어온 날보다, 걸어 나갈 날이 더 많다. 그녀의 계속될 ‘도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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