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1호기에 대해 영구정지 결정을 내렸다. /뉴시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1호기에 대해 영구정지 결정을 내렸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원자력발전소 월성1호기에 대해 ‘영구정지’ 결정을 내린 가운데, 각계의 반응이 엇갈리며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원안위는 지난 24일 112회 회의를 열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신청한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심사했다. 해당 안건은 표결을 통해 7명의 위원 중 5명의 찬성으로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이로써 월성1호기는 고리1호기에 이어 두 번째로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지게 됐다.

◇ 2015년 수명 연장된 월성1호기, 이번엔 영구정지 결정

경북 경주에 위치한 월성1호기는 1983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 역시 고리1호기에 이어 두 번째로 상업운전에 돌입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세월이 흐른 2012년, 월성1호기는 설계수명이 만료됐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를 앞둔 2009년 노후설비 개선에 착수하고, 원안위에 운전기간 10년 연장을 신청했다. 거센 찬반논란 속에 원안위는 2015년 월성1호기 계속운전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월성1호기의 운전 허가 기간은 2022년 11월까지 연장됐다.

그러자 이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는 2,166명의 국민소송단을 꾸려 ‘원안위의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이 수명연장 허가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 소송은 내년 2월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예정돼있다.

‘탈원전’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월성1호기를 둘러싼 상황을 더욱 바꿔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6월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핵시대’를 선포했고, 같은 해 10월 국무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취임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이처럼 월성1호기를 둘러싼 우여곡절은 원안위의 이번 영구정지 결정으로 또 한 번 중대지점을 맞게 됐다.

수년 째 이어져온 월성1호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영구정지 결정으로 더욱 달아오르게 됐다. /뉴시스
수년 째 이어져온 월성1호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영구정지 결정으로 더욱 달아오르게 됐다. /뉴시스

◇ 거센 찬반논란… 감사원 감사·항소심 결과 ‘주목’

후폭풍은 거세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반대하고, 원전에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탈원전이 재앙을 몰고 오고 있다는 등의 수위 높은 비판들이 쏟아진다.

월성1호기 영구정지 결정에 반대하는 측은 수천억원을 투입해 수명을 연장시킨 멀쩡한 원전에 대한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월성1호기 영구정지가 전기료 인상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한수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원안위의 영구정지 결정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년 전엔 월성1호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던 한수원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부터 납득하기 어렵고,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회의 요구에 의해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섣부른 결정이 내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 9월 국회의 요구에 의해 한수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원안위의 월성1호기 영구정지 의결은 법과 제도를 무시한 폭거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개발한 과학기술계를 모욕한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에서 한수원 이사회 결정의 불법성과 부당성이 드러날 경우, 원안위의 영구정지 의결은 원천 무효“라고 강조했다.

반면, 탈원전에 찬성하는 측에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그동안 탈핵운동과 안전을 위해 함께 해온 시민사회와 지역주민, 전문가, 월성1호기 수명연장무효소송 원고인단, 대리인단 등의 노력이 만든 소중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월성1호기는 이미 2012년에 설계수명인 30년을 채웠으나 한수원이 10년 수명 연장을 추진했고, 최신안전기술기준 미적용 등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당시 원안위는 수명연장 승인을 강행했다”며 애초에 수명을 연장한 것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멀쩡한 원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들의 입장은 다르다. 1970년대에 설계 및 건설된 월성1호기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도입된 안전기준이 적용되지 않았고, 국내 유일의 ‘중수로형’ 모델로 다른 원전에 비해 많은 고준위핵폐기물과 방사성물질 삼중수소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애초에 크고 작은 고장이 끊이지 않았고, 특히 2015년 재가동 이후에도 고장으로 발전이 두 차례 정지되는 등 안전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수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와 원안위의 월성1호기 수명 연장 결정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약 조기폐쇄 및 영구정지 결정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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