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의 대국민 호소문을 대독하고 있다. /뉴시스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의 대국민 호소문을 대독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경아 기자  배현진 서울 송파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이 황교안 대표를 대신해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했다. 대변인이 있음에도 따로 대독자를 선정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배현진 위원장이 황교안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26일 오전 한국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배 위원장은 “황 대표가 병상에서 있어 국민께 보낸 대국민 호소문을 대독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단식에 이어 국회 로텐더홀 농성, 장외 규탄집회 등 연이은 행사로 피로가 누적돼 현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다.

황 대표는 “만신창이가 된 제 몸을 파고드는 주사바늘 고통보다 대한민국 좌파독재로 망쳐가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을 막지 못한 채 병원에 실려나온 제 자신을 탓하며 석고대죄로 간절히 호소한다”며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저희 한국당을 지지해달라”고 했다.

대독자로 배 위원장을 지목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박완수 사무총장이 의사를 물었고, 배 위원장은 홍준표 전 대표와 상의 없이 수락했다. 이 같은 결정에 당 최고위원회에서 뒷말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당 대변인을 제치고 원외위원장을 대독자로 세운 것이 이례적이라는 점에서다.

정치권 안팎의 해석은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친홍계 인사였던 배 위원장이 친황으로 말을 갈아탄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지난 20일 배 위원장이 황 대표가 주관하는 집회에 참석했을 때도 비슷한 해석이 나왔었다. 홍 전 대표는 최근 공개적으로 황 대표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홍 전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이라는 반대해석도 나온다. 홍 전 대표 측 인사를 대독자로 세워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미라는 것이다. 한국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황 대표가 홍 전 대표에게 통합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황 대표는 호소문 끝부분에 “오늘만은 분열된 우리가 하나 되는 걸 허락해달라. 저 황교안과 함께 한국당과 함께 여기에서 자유우파의 방어막을 함께 만들자”는 내용을 담았다.

황 대표의 메시지를 감안한 듯, 같은 날 오후 홍 전 대표는 통합 비대위를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91년 3당 합당의 모델을 상기해야 한다. 통합 비대위를 만들자”며 “통합하지 않고는 총선도 대선도 없다. 나를 버리고 나라의 장래를 보자. 모두 내려놓고 통합의 길로 가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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