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업계 “망 품질 유지는 ISP 의무, 함께 부담하는 것 과도해” 반발
가이드라인 법적 구속력 없어, 해외CP와 역차별 문제 도마 위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6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개최한 ‘65차 전체회의’에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 26일 방통위는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개최한 ‘65차 전체회의’에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망 이용계약의 원칙과 절차를 정하는 한편 사업자들의 불공정행위와 이용자 보호 의무를 규정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계약의 원칙 △계약서 작성 원칙 △정보의 제공 △불공정행위 유형 △부당성 판단기준 △ISP(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의 의무△CP(콘텐츠제공사업자)의 의무 등으로 나뉜다. 다만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계약의 원칙’과 ‘계약서 작성 원칙’을 살펴보면 계약 당사자들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하고, 유사한 내용의 계약과 비교해 차별적인 조건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보의 제공’, ‘불공정행위 유형’, ‘부당성 판단기준’엔 제3자와의 담합 등 불공정행위 유형 등을 규정하고 상대방에게 특정 계약 내용을 강요하거나 제3자와의 계약 체결 또는 거부를 강요하는 행위 등을 방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ISP의 의무’에는 CP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인터넷서비스를 제고할 수 있도록 설비 관련 필요한 조치를 수행, 망 이용계약의 변경 또는 종료에 따른 이용자 피해 방지에 노력해야 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CP 등의 의무’에는 CP 사업자 책임 하에 있는 인터넷 트래픽 경로 변경이나 트래픽 급증 등으로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에 현저히 부적정인 영향이 예상되는 경우 사전에 ISP에게 관련 정보 제공, 망 이용계약의 변경 또는 종료에 따른 이용자 피해 방지에 힘써야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방통위 최성호 이용자정책국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인터넷망 이용 계약에 있어서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데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해관계자 별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한 우려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피고 운영해 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을 두고 CP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가이드라인 11조에 해당하는 ‘CP의 의무’ 조항을 문제 삼았다. ISP의 몫인 망 품질 유지 의무까지 CP가 함께 부담해야 하는 것은 과도한 책임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또한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맺어지는 망 이용 계약 체결을 가이드라인을 통해 강제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업체가 소속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번 가이드라인 규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5일 ‘인터넷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 반대 성명서’발표를 통해 “이번 가이드라인은 경제적‧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계약의 형태를 일률적·정형적 기준으로 체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은 방통위의 의도와 달리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CP와 ISP간 갈등관계만 고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외CP와 국내 ISP간 망 이용료 갈등 해소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CP의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협조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CP업계 측은 해외CP에 대한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해외CP와 경쟁해야할 국내 CP의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구글,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CP들은 망 이용료 지불 협상을 거부하는 상황인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는 트래픽에 따른 망 이용료를 지불하는 상황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해외 CP의 경우 진출한 해당 국가의 법은 준수하지만 법령 이외의 것은 글로벌 정책을 따라간다는 방침이다”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은 준수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국내 CP의 경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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