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정상화’… 정명림 전 대표, 책임지고 사임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에 첫 외부인사 수혈… “정상화 총력”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일렉트릭 신임 사장에 조석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선임했다./뉴시스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일렉트릭 신임 사장에 조석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선임했다./뉴시스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일렉트릭이 조석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새 수장으로 맞았다. 지난 24일 정명림 대표가 사임한지 사흘 만의 인사로, 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사 사장급 인사에 대해 외부인사를 영입한 첫 사례다. 현대일렉트릭은 조석 신임 사장 등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경영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명림 전 대표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현대일렉트릭의 사장으로 조석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선임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장급 인사를 외부에서 영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조석 사장은 1981년 행정고시를 합격한 후 지식경제부 원전사업기획단장, 산업경제 및 에너지 정책관, 성장동력 실장 등을 역임했고,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직을 역임하는 등 에너지 분야의 전문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순혈주의를 버리고 사장단에 첫 외부인사를 수혈한 것은 현대일렉트릭의 심각한 경영난에 대한 쇄신 인사로 풀이된다. 그간 현대일렉트릭은 유상증자 및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정상화에 힘을 쏟았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현대중공업의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되며 설립된 회사다. 이 회사는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후 줄곧 경영난을 겪어왔다.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2017년 14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1,789억원의 순손실을 거두며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01.38%에서 173.24%로 71.86p% 늘었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명림 전 대표를 소방수로 투입했다. 정명림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현대일렉트릭의 부사장으로 선임된 후 같은 해 11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일렉트릭의 정상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현대일렉트릭은 올해도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소방수로 투입된 정명림 전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대일렉트릭의 올 3분기 기준 누적 순손실은 1,0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순손실 850억원 대비 29% 늘었다. 부채비율 또한 215.33%로 지난해 말 대비 42.09%p 늘었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9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유상증자와 자산 매각, 구조조정 등 자구안을 발표했다. 현대일렉트릭은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희망퇴직과 직원 200여명을 현대중공으로 전직시키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한 지난달 불가리아 법인 지분 99.1% 전량을 매각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구안에도 현대일렉트릭은 여전히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정상화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정명림 전 대표 또한 회사를 떠났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현대일렉트릭의 ‘키’를 쥐게 된 조석 신임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운 모습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조석 신임 사장은 30여년간 에너지, 산업정책 등을 두루 거친 경제전문가로, 선이 굵은 리더십으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경영자”라며 “현대일렉트릭은 연내에 유상증자, 인원감축, 자산매각 등 고강도 자구노력이 마무리되는 만큼 2020년에는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흑자달성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석 신임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첫 외부출신 사장으로 많은 책임을 느낀다”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일렉트릭 임직원들과 힘을 합쳐 반드시 회사를 정상화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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