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배급 사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온 롯데컬처웍스가 영화 '천문'으로 설욕에 나선다. / 뉴시스(롯데컬처웍스 제공)
올 한해 배급 사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온 롯데컬처웍스가 영화 '천문'으로 설욕에 나선다. / 뉴시스(롯데컬처웍스 제공)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올해 배급을 맡은 영화들이 연거푸 흥행에 실패한 롯데컬처웍스가 막판 명예 회복을 노린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스타 감독과 두 연기파 배우가 호흡을 맞춘 영화 ‘천문’으로 희망찬 경자년의 문을 열고자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 흥행 참패 릴레이… ‘천문’마저 불안

롯데컬처웍스가 설욕에 나선다. 기해년 마지막을 장식할 영화 ‘천문’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천문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등 충무로의 주옥같은 멜로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여기에 ‘연기장인’ 배우 최민식과 한석규가 투톱으로 나서고,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라는 작금의 정치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메시지까지 담고 있어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해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부에서 분할 돼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롯데컬처웍스에게 있어 올해는 실질적인 첫 사업년도나 다름이 없다. 지난해 ‘신과 함께’ 시리즈로 CJ ENM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롯데컬처웍스는 예상과 달리 신통치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제작비와 무관하게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은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상반기에 개봉한 ‘말모이’(287만), ‘증인’(253만)과 하반기 깜짝 흥행에 성공한 ‘82년생 김지영’(368만명) 정도만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특히 롯데컬처웍스는 ‘로켓맨’, ‘맨인블랙:인터내셔널’, ‘제미니맨’ 등 외화에서 심각한 선구안 부족을 드러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첫 발을 디딘 드라마 사업마저 안착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종편을 통해 전파를 탄 드라마 ‘조선생존기’는 주연 배우가 불미스런 일의 가해자로 지목 되면서 조기 종영되는 운명을 맞았다. 드라마 제작을 통해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음 하겠다는 롯데컬처웍스의 청사진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롯데컬처웍스는 천문으로 심기일전의 각오를 다지려 하지만 낙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경쟁사인 CJ ENM이 배급을 맡은 ‘백두산’의 기세에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천문은 백두산 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백두산에 뒤진 예매율 2위를 달리고 있다. 개봉 이틀 차에 접어든 27일 오후 기준 16만명 가량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는 백두산의 첫 날 흥행 성적(45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롯데컬처웍스는 전체 매출의 70% 정도가 극장 사업에서 창출되고 있어 배급 사업에 휘둘리는 구조를 띠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드라마 사업이 암초를 만난 가운데서 배급 사업마저 제 몫을 해주지 못한다면 실적은 물론 IPO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내년부터 롯데컬처웍스를 총괄하게 될 기원규 신임 대표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이는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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