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에 중량급 정치인과 선거사범 267명이 대거 포함됐다. 선거사범에 대한 사면은 2010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청와대는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단행된 ‘정치인 사면’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적지 않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을 감안한 사면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번 특별사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서 한 때 ‘좌희정(안희정) 우광재(이광재)’로 불렸던 거물급 인사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만5,000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2010년 유죄를 선고받고 10년 간 피선거권 및 공무담임권이 제한됐다. 피선거권 제한 만료 불과 1년을 앞두고 복권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총선을 겨냥한 사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지사의 고향인 강원도 지역정가에서는 이미 출마설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약세지역인 강원도에 이 전 지사가 출마할 경우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강원 출마설에 더해 이 전 지사의 결단까지 이어질 경우 민주당도 해볼만하다는 분석이다.

◇ 진보진영 ‘상징성’ 큰 인물들 사면

곽노현 전 교육감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사면도 의미심장하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출신으로 시민단체 및 학계에 기반이 상당하다. 이번 사면을 통해 시민단체를 배려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면도 민주노총을 달래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그간 탄력근로제 도입,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반목을 거듭해온 바 있다.

청와대는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서민부담을 줄여주는 민생사면, 국민대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사면이고 선거관련 사면은 매우 제한적으로 극소수에게만 내려졌다”며 “공무담임권 등에 제한을 오랜기간 받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려를 해서 이광재 전 지사와 공성진 전 의원에 대해 사면조치를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판결문 당시 당적을 기준으로 현 여권인사 26%, 야권인사 46%가 사면을 받았다는 관련 통계도 제시했다.

다만 특별사면에 대한 청와대의 기준이 과거에 비해 다소 후퇴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개 중대부패범죄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2017년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특별사면을 진행할 당시 이 전 지사를 제외한 이유로 청와대는 ‘정치자금법 위반’을 내세웠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가성이 없어 뇌물죄가 아니다”며 전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야당은 이번 사면이 ‘선거용’임을 기정사실화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서민 부담 경감은 허울일 뿐 선거를 앞둔 ‘내 편 챙기기’ ‘촛불청구서’에 대한 결재가 이번 특사의 본질”이라며 “코드사면에 선거사면”이라고 규정했다.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일반 형사사범과 야당 인사가 포함됐다고는 하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내년 총선을 앞 둔 자기 식구 챙기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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