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주 삼다수 생산공장 정문 앞에서 제주도개발공사 노동조합이 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30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주 삼다수 생산공장 정문 앞에서 제주도개발공사 노동조합이 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1위 생수 브랜드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가 24년 만에 첫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경수 사장의 사퇴에도 노조가 물러날 뜻이 없음을 내비치면서 삼다수가 내위외환에 빠져들고 있다.

◇ 24년 만에 깨진 무노조 경영… 파업 장기화 조짐

제주도개발공사 노사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노동조합은 파업 나흘째인 30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삼다수 본사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 의지를 다졌다. 이날 출정식에 참여한 노조원 500여명은 사측을 향해 “근로자 처우 개선 항목이 담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책임 있는 사장을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도개발공사 노조는 제주도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사간 조정이 결렬되자 2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야간근로수당 확대 ▲성과장려금 도입 ▲근속승진 도입 등 근로자 처우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또 직급체제 개편과 노동이사제 도입, 인사위원 추천권 확대 등 조직 및 인사 정책 개혁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설립 24년 만에 ‘무노조 경영’이 깨진 제주도개발공사의 노사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노조는 주요 경영진이 퇴진할 때까지 파업을 이어간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첫 파업의 책임을 지고 오경수 공사 사장이 지난 28일 사퇴했음에도 “본인은 사퇴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고 생각한다”며 파업 강행 의사를 밝혔다.

허준석 노조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노조를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것은 경영진”이라며 “우리 노조는 도민의 기업인 제주개발공사 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사장을 선임해 줄 것을 제주도정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 내위외환 빠진 삼다수… 유통 대란 일어나나

총파업으로 국내 생수 시장 1위인 삼다수 생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공사는 현재 자체적으로 11만2,000여톤을 비축하고 있고, 삼다수 유통판매사인 광동제약도 일부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의 공급 차질은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물류관리팀 직원 상당수도 노조에 포함돼 제품 유통에 일부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또 파업이 한 달을 넘어 장기화로 치닫게 되면 삼다수의 브랜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다수는 롯데칠성의 ‘아이시스’, 농삼의 ‘백산수’ 등 경쟁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공고했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한때 국내 먹는 샘물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지만, 후발 주자들의 맹추격에 시장점유율이 30%대로 내려앉았다. 성장 기조를 이어오던 공사의 영업익이 지난해 809억원으로 뒷걸음 친 것도 삼다수의 부진과 연관이 깊다고 해석된다.

최근 출시 이후 처음으로 일선 편의점에서 ‘1+1 행사’를 진행한 것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서 같은 제주도를 수원지로 하는 오리온 ‘용암수’의 등장도 달가울리 없다. 설사가상 지난해 10월 노조 설립의 계기가 된 삼다수 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로 인해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평가에서 ‘다’ 등급에 그쳐 신용도 회복도 시급한 상태다.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노사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합의점을 찾아 삼다수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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