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으로 윤종원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이 들썩이고 있다. /기업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경자년 새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업은행 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윤종원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가 들썩이고 있어서다. 낙하산 인사에 저지 투쟁을 해온 노동조합은 이 같은 내정설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 결국 관피아 내정 강행?… 윤종원 전 수석 내정설 들썩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 27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차기 은행장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차기 은행장 후보를 두고 각종 설이 무성한 가운데 최근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유력설이 금융권 안팎을 강타했다.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기업은행장에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내정하는 제청안을 확정하고, 청와대와 임명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윤 전 수석은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과 함께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돼왔던 인물이다. 금융권에선 당초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이 좀더 유력한 것으로 점쳐왔다. 반 전 수석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예산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는 금융권 경력이 전무하다는 비판과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반 전 수석 대신, 윤 전 수석을 임명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전 수석은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무부 재무정책국 사무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등을 거친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는 행정고시 27회 동기다. 윤 전 수석은 최근 수출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최종 임명되진 못했다.  

하지만 윤 전 수석이 임명된다고 하더라도 노조의 반발을 피하진 못할 전망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한 기업은행지부는 30일 윤 전 수석 내정설에 대해 입장 자료를 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지부는 “그동안 IBK노조는 금융노조, 한국노총과 함께 ‘함량 미달 낙하산 반대, 금융장악 시도 저지’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며 “그리고 지난주 ‘낙하산 기업은행장 반대 전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청와대 낙하산 반대 및 결사 투쟁’를 공식화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찾은 대안이 윤종원 전 수석이라니, 헛웃음만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장식·윤종원 후보의 공통점은 둘 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모피아이고 금융 분야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라며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비전문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경질된 인사”라고 꼬집었다. 기업은행 노조는 임명 강행 시, 결사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지난 27일 출근 저지 투쟁 및 총파업까지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내정설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금융노조와 함께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고 낙하산 인사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추 의원은 “금융 노동자들의 반발이 단순히 윤 전 수석이 청와대 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금융에 대한 식견이나 능력, 기업은행의 업무와 비전에 대한 이해도, 조직 운영 능력이나 리더십에 대해 누구나 수긍할 만한 평가를 받은 인물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은 2010년 조준희 전 은행장을 시작으로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 행장을 맞았던 기관이다. 최근 퇴임한 김도진 전 행장도 내부 출신 인사다. 그런데 이번 후임 인사에선 정부가 관료 출신을 임명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노조는 총력 투쟁에 나선 상태다. 노조의 우려대로 내정설이 현실화되면 극심한 노사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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