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쟁으로 '냉전 모드'에 들어가면서 각종 민생·경제 법안 처리가 20대 국회에서 마무리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본회의장에서 투쟁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모습. / 뉴시스
여야가 정쟁으로 '냉전 모드'에 들어가면서 각종 민생·경제 법안 처리가 20대 국회에서 마무리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본회의장에서 투쟁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여야가 극한 냉전에 들어섰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정치·사법 개혁 법안이 야당 반발에도 범여권 결집으로 처리되면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직후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사실상 향후 국회 운영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이에 국회의 법안 처리가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31일 범여권인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로 패스트트랙 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 ‘날치기’라고 규정하며 “저들의 만행에 끓어오르는 분노, 저들의 폭거를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송구함, 이 모든 감정 때문에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 결기를 가지고 계속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역시 한국당에서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31일 오후 예정된 정세균 후보자 인사청문위원회 전체회의는 여야 간 증인·참고인 채택 여부를 두고 입장 차로 파행됐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강경 투쟁에 ‘민생·경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으로 한발 피해간 모습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2020년, 모처럼 찾아오는 좋은 경제 흐름에 정책과 법안을 총동원해 뚜렷한 성과를 만드는 데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총선 모드’에 본회의 무산 가능성

민주당은 이르면 2020년 1월 6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민생·경제 법안 처리에 나설 계획이다. 국회에 각종 민생·경제 법안이 계류되어 있어 민주당은 시급히 처리해야 할 것부터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게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해인이법(어린이안전관리법 제정안), 청년기본법안 등이다.

여야가 합의 처리를 약속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청년기본법 등도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강경 투쟁을 이어갈 경우 임시국회 본회의 일정 합의가 어려운 실정이다.

관례상 임시국회 회기는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협상으로 정해진다. 다만, 민주당은 4+1 협의체와 공조로 임시국회 소집 요건(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에 따라 열린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했다. 문제는 남아있는 민생·경제 법안을 한국당 동의 없이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

여기에 21대 총선이 불과 4개월여 남은 가운데 여야 모두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릴 경우 본회의 소집은 어려울 수 있다. 본회의에 참여할 의원들이 지역구 선거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야가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들어가기 전 냉전을 풀고 민생·개혁 법안 처리에 나서지 않을 경우 20대 국회가 사실상 정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31일 유치원 3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데 대해 “모든 국회의원이 총선에 몰두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이대로 20대 국회가 종료되고 유치원3법은 자동 폐기의 길로 들어서 국민의 간절한 바람은 유실되어 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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