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부산 범일동점 오픈에 반대하는 지역 상인회의 사업조정제 신청서를 접수받은 정부가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 뉴시스
유니클로 부산 범일동점 오픈에 반대하는 지역 상인회의 사업조정제 신청서를 접수받은 정부가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올 한 해 한일 양국 관계 악화에 따른 반일 운동의 표적이 된 유니클로가 새해를 맞기도 전에 험난한 내년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개장을 앞둔 유니클로 부산 범일동점에 대한 골목상권 침해 여부 검토에 나서면서 점포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게 됐다.

◇ 새해 앞두고 사업조정대상 검토 받는 SPA 제왕

31일 업계와 중기부 등에 따르면 최근 부산진시장번영회는 유니클로 범일동점 개장을 반대하는 내용의 사업조정제 신청서를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에 제출했다. 중기중앙회로부터 신청서를 접수받은 중소벤처기업부는 즉각 사업조정 검토에 착수했다.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의 과도한 시장 점유를 막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우선적으로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율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도모한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점포 개장을 연기하거나 판매 품목이나 수량 축소 등을 권고 및 명령할 수 있다. 만약 대기업이 이를 무시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오픈을 앞두고 있는 유니클로 범일동점은 진출 초기부터 진통을 겪어 왔다. 주변 상인들이 연면적 1,450㎡에 2층 규모의 유니클로가 들어설 경우 주변 상권이 잠식될 것을 우려해 출점을 반대해 왔다. 매장이 들어서는 구역을 관할하는 부산 동구청에 민원을 넣는 등 압박을 가했지만, 제재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달 공사가 마무리 됐다.

부산 동구청 관계자는 “범일동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구청 입장에서 골목상권을 등한시할 수 없어 준공 승인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업조정 신청이 준공 승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좀더 살펴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 출점 족쇄 채워지나… 명운 걸린 범일동점

유니클로 범일동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라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중기부 종합 국감에서 “(범일동) 주변 전통시장에 2,000여개 중소 의류 매장이 있는데, 유니클로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켜야 된다고 보는데 검토했느냐”는 한 여당 의원의 질의에 박영선 장관이 “검토 결과 사업조정 대상 점포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박 장관은 위안부 피해자 조롱 논란에 휩싸인 유니클로 광고에 관련해서도 “굉장히 화나는 일”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지역 상권의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유니클로가 제재의 칼날을 비껴가기는 힘들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기부가 자칫 비난의 화살이 정부와 박 장관을 향할 수 있는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무엇보다 아직 한일 양국 관계가 화이트리스트 제외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단계라 유니클로에 면죄부를 줄 명분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조정 단계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으며, 다음에도 전문가들 모인 심의 단계에서 분쟁이 해소될 수도 있어 꼭 유니클로에 권고 사항이 내려진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실제 유니클로가 사업조정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향후 영업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최근 유니클로는 내년 8월까지 국내에 7개 점포를 추가로 열겠다고 밝히며 공격적인 확장 계획을 드러냈다. 범일동점이 사업조정대상에 선정되는 사례를 남기게 되면 향후 유니클로는 신규 점포를 내려 할 때마다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범일동 지점에 유니클로의 경자년 명운이 걸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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