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매년 1월 1일 발표했던 신년사를 올해는 건너뛰었다. 6년의 집권기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의 최종적인 메시지라 할 수 있는 신년사를 유보함으로써 외교적 선택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북미 대화 국면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5차 당 전원회의를 주재했다. ▲대내외 형세에 당면한 투쟁방향 ▲조직문제 ▲당중앙위 구호집 수정보충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식 등의 현안을 상정하고 논의했다. 특히 이번 당 전원회의는 참석범위가 중앙위원부터 시군 대표 위원, 도농천경리까지 굉장히 넓고 대대적이었다.

김 위원장의 핵심 메시지는 ‘장기전’에 대비한 내부결속 강화였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를 포함해 전략무기 개발도 예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략무기 개발사업도 더 활기차게 밀고나가야 한다고 하며 미국의 강도적인 행위들로 하여 우리의 외부환경이 병진의 길을 걸을 때에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기 위한 투쟁을 벌리고 있는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없었으며, 대화와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암묵적 시그널이 묻어났다.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관계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말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라며 경제개발 노선이 우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하면서도, 협상이 길어질 경우 다시 2017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우려했다. 2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지금 상황을 굉장히 비상상황으로 보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 혼자 뭔가를 발표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집단 결의를 다지는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며 “‘전대미문의 준엄한 난국을 정면돌파한다’는 부분에 모든 게 포함될 것 같다”고 총평했다.

이어 “대미 대화중단을 선언하는 것까지 예상했었는데 다행히 거기까지는 안 간 것 같다. 그 다음 트럼프에 대한 개인적 비난이 전혀 없었다는 부분,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 따라 상황 조절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을 보면 대화의 판은 깨지지 않았다고 본다”면서도 “북한이 (군사도발을)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판일 것 같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2~3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적극적으로 뭔가 제시를 하지 않게되면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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