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 출근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노조 조합원과 대치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차기 기업은행장에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임명됐다.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낙하산 인사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선임이 이뤄졌다. 윤종원 신임 행장은 3일부터 공식적인 임기를 시작했지만 첫 출발부터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노조의 반대로 그의 첫 출근조차 무산됐다. 노조와의 갈등 수습이 윤 행장의 첫 시험대에 될 전망이다. 

◇ “낙하산 안 돼” 노조 반대로 첫 출근 무산 

금융권 및 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윤종원 신임 행장은 3일 오전 8시 30분경 출근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노조와 7분간 대치한 후,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윤 신임 행장은 관료 출신 인사다.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재무부 저축심의관실,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서기관,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산업경제과장,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거친 바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10년 만에 다시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인사가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설립 이래 줄곧 관료 출신들이 행장으로 선임돼 왔다. 그러나 2010년 조준희 전 은행장을 시작으로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 행장을 맡게 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에 노조는 이번에도 내부 출신이 선임되길 희망해왔다. 하지만 이번 인사로 10년 만에 다시 내부승진 관행에 깨지게 됐다. 

노조는 윤 행장이 관료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그의 자질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그가 금융업에서 활동한 경력이 거의 없는데다, 중소기업 지원 분야에 대해서도 사실상 비전문가라고 지적해왔다. 청와대가 이같은 인사를 밀어붙일 경우,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엄포가 무색하게 임명이 이뤄졌다. 예고대로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상태다.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노동조합의 '낙하산 인사' 반대 출근 저지로 출근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날 첫 출근을 시도한 윤 행장을 향해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낙하산 인사는 관치금융이고 독극물이라고 했던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며 “정권에 부담 주지 말고 당장 돌아가 자진사퇴하라”고 말했다. 윤 행장은 “함량 미달 낙하산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서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노조의 강력 저지가 이어지자 출근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기업은행 노조는 본점 1층 로비에 투쟁본부를 마련했다. 윤 행장의 기습 출근에 대비해 철야 투쟁을 이어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울러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노조와도 연대해 투쟁 수위를 계속해서 높여나갈 예정이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윤 내정자의 임명이 철회될 때까지, 직원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노조의 반발로 윤 행장의 취임식은 일정조차 잡히지 않는 상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취임식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윤 행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공식 활동에 돌입했다. 이날 윤 행장은 노조의 취임 반대 시위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조와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논의해 풀어나가겠다”는 말했다. 또 지속적으로 출근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과연 그가 노조와의 갈등을 풀고 기업은행을 제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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