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대표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 /CJ엔터테인먼트
충무로 대표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 /CJ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연기력과 흥행 파워를 모두 갖추며 ‘믿고 보는 배우’로 꼽히는 하정우가 한국형 재난블록버스터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으로 다시 한번 관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매 작품,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하는 그는 ‘백두산’에서도 특유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 극을 이끈다.

하정우의 또 하나의 재난영화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12월 19일 개봉한 뒤 박스오피스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손익분기점(73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백두산 화산 폭발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압도적인 스케일, 화려한 볼거리를 앞세워 관객 몰이에 성공한 ‘백두산’에서 하정우는 전역 대기 중 예기치 못하게 모두의 운명이 걸린 위험천만한 작전을 이끌게 된 EOD 대위 조인창을 연기했다.

하정우는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이 다가올수록 작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는 캐릭터를 인간적인 매력을 더한 탄탄한 연기로 완성해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재난 상황의 절박한 감정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카리스마와 유머를 오가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해 눈길을 끈다.

영화 ‘백두산’으로 관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하정우.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백두산’으로 관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하정우. /CJ엔터테인먼트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하정우는 “소재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다”며 ‘백두산’만의 매력 포인트를 꼽았다.  

-여러 재난 영화에 출연했는데, ‘백두산’만의 특별한 점을 꼽자면. 
“일단 백두산 화산 폭발이라는 소재 자체가 흥미로웠다. ‘터널’ ‘PMC’가 인재 때문에 발생된 재난에 대해 다뤘다면, 이건 자연재해이지 않나. 일어날 법하기도 하고, 기사나 여러 칼럼을 통해서도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해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영화로 만든다면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난영화가 너무 많지 않나. 스토리도 관객들이 예상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우리가 최선을 다해 만들 수 있었던 건 캐릭터다. 어떤 얘기를 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갖고 가느냐가 관건이었다. 재난 영화의 옷을 입은 버디무비 코미디 느낌으로 영화적 재미를 생각해 디자인했다.”

-조인창 캐릭터는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영화 ‘더 록’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캐릭터(닥터 스탠리 굿스피드)가 먼저 떠올랐다. 섬으로 가는 수송기 안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긴장하면서 다리를 떠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인창이라는 인물은 전투병도 아니었고, 기존 계획도 변경됐다. 우왕좌왕하고 당황하고 겁먹는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극대화해서 보여주면, 준평(이병헌 분)이 갖고 있는 캐릭터와 상반돼서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시나리오보다 더 확장해서 표현했다.”

-리준평 역에 이병헌을 추천했다고.
“단순히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처음부터 이병헌 형이 떠올랐고, 감독들도 다 원했다. 한국영화에서 병헌 형을 캐스팅 1순위로 생각하는 작품들이 많이 있지 않나. 우리도 그랬다. (이병헌과) 사석에서 만났을 때 ‘언제 작품을 같이 하냐’라는 대화를 나눴었는데, 인연이 돼서 함께 하게 됐다. 리준평 역을 이병헌 형이 하면 느낌 있겠다 싶었다.”

-리준평과 조인창의 호흡이 중요했다. 어떻게 맞춰나갔나.
“캐릭터 자체가 확실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맞춰나갔다. 다만 한 가지 코미디가 유발될 수 있는 부분들은 더 확장시켜서 했다. 영화가 두 시간 내내 무겁고 진지하게 흘러가는 것보다, 그 안에서 여유를 찾고 쉼표를 찍어가면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머러스한 부분을) 조금 더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백두산’에서 조인창으로 분한 하정우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백두산’에서 조인창으로 분한 하정우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이해준, 김병서 두 감독과 작업했다. 공동 연출 시스템은 처음인가. 경험해보니 어땠나. 장단점을 꼽자면. 
“처음이다. 일단 장점은 브레인이 한 명 더 있다는 거? 체크하는 사람이 더 있다는 거다. 그다음부터는 다 단점인데 (웃음). 두 번 얘기해야 한다는 거다. 집에 있다가도 ‘그 장면 수정하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볼 때 똑같이 얘기해야 한다. 그때마다 누구한테 먼저 (문자를) 보낼지도 신경 쓰인다. 김병서 감독이 카톡을 안 해서 단체방을 만들 수도 없었다. 그런데 두 분(이해준·김병서 감독) 다 공동 연출의 경험이 있어서 크게 지연되거나 갈등이 생기거나 그런 건 없었다.”

-CG(특수효과)가 중요한 영화였는데, 시나리오 보면서 가장 기대했던 장면이 있다면.
“역시 그 장면이었다. 마지막 백두산 장면. 차를 타고 가는데,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고 마그마가 튀어오고 하는 걸 알 수 없으니 기대가 됐다. (촬영할 때) 설명만 듣고 했는데, 합쳐놓으니 신기했다.”

-현장이 일반 촬영과 많이 달랐나.
“기술적인 부분이 그렇긴 한데, 제일 긴장이 됐던 것은 안전에 대한 거였다. 여기저기서 화약이 터지고, 심어놓고 터트리고 하니까. 먼지 폭풍 같은 것도 지나가야 했고, 자동차를 기계에 올려놓고 경사를 표현하기도 하고 하다 보니 공포감이 들었다. 또 보통 영화와는 다르게 세팅해야 해서, 기다리는 시간도 그만큼 길었다.”

-부상은 없었나.
“무릎 한번 다쳤다. 영화에서는 소개가 안됐는데 크랭크업날 뛰다가 방향을 바꾸는데, 그전부터 피로가 누적이 돼서 연골이 찢어졌다.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 현기증이 나면서 뒤통수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하더라. 그대로 주저앉았다.”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는 하정우. /CJ엔터테인먼트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는 하정우. /CJ엔터테인먼트

-이병헌과 첫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병헌 형은 섬세하다고 해야 할까. 인간적이다. 안 챙겨줄 것 같은데, 챙겨주는 스타일? 약간 이과 느낌, 기계 느낌이 났었는데 따뜻한 사람이더라. 배우로서는 ‘연기머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샐 틈도 없더라.”

-이병헌이 ‘연기머신’이면, 본인은 어떤 스타일인가. 
“어렵다. 늘 그런 생각을 한다. 대학 때 연기를 처음 배우고 연극 무대에 오르고 연기 학도 같은 마음을 잃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참 재미없는 답변인데, 처음 그런 생각을 갖고 일하다가 까먹었다. 그러다 다시 시간이 지나니까 ‘그때 그 마음이 참 좋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초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있나.
“겸손하려고 한다.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경험한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본인이 겸손해야지 한다고 해서 겸손해지는 게 쉽지 않은 거잖나. 그래서 그런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인 것 같다.”

-매 작품,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하는데 비결이 있다면.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고집 안 부리려고 노력한다. 이야기는 시나리오를 쓴 사람, 대부분 감독의 피와 살에서 시작된다.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고, 뭘 만들고 싶고, 누구에게 영감을 얻었는지 정답은 (시나리오) 안에 있다. 감독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어디서부터 이야기가 출발됐는지 궁금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 후 내 안으로 갖고 와서 내 식대로 표현을 한다. 아마도 기억이나 추억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감독의 손길이 닿아서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