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새해부터 첨예한 갈등에 휩싸인 가운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주목된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미국과 이란이 새해부터 첨예한 갈등에 휩싸인 가운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주목된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20년 새해부터 촉발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갈등 국면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 정부 “당장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

국제사회의 ‘앙숙’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새해부터 불붙은 것은 미국이 이란의 군부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을 피살하면서다. 미국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현지시각으로 지난 3일 드론공습을 통해 거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 지난해 말 이라크에서 로켓포탄 공격으로 미국 국적의 민간인이 사망한 가운데, 이란의 추가 공격 첩보가 입수된 것이 거셈 솔레이마니 피살의 배경으로 전해진다.

이후 미국과 이란은 연일 수위 높은 비난과 경고, 그리고 실제 군사적 움직임 및 각종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언제라도 군사적 충돌이 발발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의 이 같은 갈등은 연초부터 국제사회를 깊은 긴장감에 빠뜨리고 있다. 양국의 갈등에 있어 비교적 직접적인 관계에 놓여있지 않은 우리 정부 역시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석유 수급을 비롯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이란 사태 관련 긴급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에 당장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지난 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중동 상황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당장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 7일 오전 열린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일단 현재 국내 도입중인 이란산 원유가 없고 중동 지역 석유가스시설이나 유조선 등에 직접적인 공격이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 원유 도입에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현재 상황이 엄중한 만큼 유사 시 비상계획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는 만큼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고, 부처별 합동점검반을 통해 수출과 석유수급, 해외건설, 해운 등의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석유·가스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추가 물량 확보를 검토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2억배럴 상당의 비축유 방출과 석유 수요 절감조치 실시 등의 비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이후 국제유가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유가 상승·금융 불안… 갈등 장기화시 타격 불가피

이처럼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간접적인 영향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먼저, 국제유가가 치솟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직후 국제유가는 이미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3.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5월 1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같은 날 영국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3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68.91달러를 기록했으며 장중 한때 70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단기간에 극적으로 해소되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가 70~80달러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이란이 미국 우호국의 석유시설에 공격을 감행하거나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유가는 더 큰 폭의 급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원유 수급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다. 우리의 최대 원유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주요 공격 대상이며,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유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본격 반영된 지난 6일 국내 주식시장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7일 회복세를 보이긴 했으나, 이란 사태는 당분간 주식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과 채권, 금값 등은 나란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심화할 경우 수출을 비롯해 우리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6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핵협상 타결로 경제제재에서 벗어난 이란과 정상회담을 갖고 대규모 경제협력을 추진한 바 있다. /뉴시스

◇ 더욱 희미해진 ‘이란 잭팟’

한편, 이번 사태로 인해 한때 우리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선사했던 ‘이란 특수’는 더욱 요원해지게 됐다.

2015년 핵협상이 타결되고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이란은 ‘기회의 땅’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이란을 방문해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해 이란 시장을 노렸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란과의 정상회담 효과로 52조원에 달하는 수주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이후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이란발 수주 소식이 속속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재현됐고, 이로 인해 우리기업이 이란에서 체결한 계약 역시 실현되지 못한 채 해지되는 등 ‘이란특수’가 연기처럼 사라진 바 있다. 이번 사태는 굳게 닫힌 ‘기회의 땅’ 이란의 문을 더욱 열기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또한 중동 전반으로 사태가 확산될 경우 다른 중동 국가에서 불똥을 맞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가뜩이나 해외수주에 목마른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연초부터 짙은 먹구름을 마주하게 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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