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2020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2020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대화 촉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별개로 남북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협력의 여지가 있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이다. 지난해 초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취했던 제3자적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를 통해 “북미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 대북제재 틀 내에서 협력방안 모색

특히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국제적인 해결이 필요하지만 남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며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대북제재의 틀 내에서도 얼마든지 협력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스포츠 교류 확대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 등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가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일 신년 하례회에서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는다”며 “남북관계에 있어서 더 운신의 폭을 넓혀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으며, 2020년 프로젝트 신디게이트 기고문을 통해서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적극적 행동' 예고했지만 북한반응 냉담

지난 2018년 9월 함께 백두산 정상에 올랐던 남북정상과 내외.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8년 9월 함께 백두산 정상에 올랐던 남북정상과 내외.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사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대화를 촉진시킨다’는 기조 아래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쳐왔다. 2018년 4월 판문점 회담이 역사적인 6월 싱가포르 북미합의로 이어지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그해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안'이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남북협력이 북미대화에 앞설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남북협력이 급속도로 동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문 대통령도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북미대화에 전혀 진척이 없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다시 나설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사실상 견제했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정상선언 이행을 못했다”며 “(문 대통령이) 참고 참다가 금년에는 일을 벌이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관건은 북한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다. 북한은 9월 평양정상회담 이후 “합의를 이행하라”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촉구했었다. 하지만 ‘대북제재’를 이유로 우리 측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단단히 뿔이 난 상태다. 지난해 6월 권정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북남 사이에 다양한 교류와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었다. 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언행도 서슴지 않았으며, 급기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금강산관광지구를 방문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는 일도 있었다.

문 대통령의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 대해서도 선전매체를 통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었다. 우리민족끼리는 앞서 6일 “사대 매국적이며 동족 대결적인 대북정책에 매달려 모처럼 찾아왔던 북남관계 개선의 기회를 망쳐놓은 장본인들이 뼈아픈 반성을 해도 부족할 판에 치적자랑을 하고 있으니 그 뻔뻔함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선반도 정세를 첨예한 대결 국면에 몰아넣은 남조선 당국은 그 대가를 고달프게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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